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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듯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사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푸른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일과 이거니…… -신석정-
나는 나룻배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늙어 갑니다 나는 나룻배당신은 행인 - 한용운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죽기 전에 시 한편 쓰고 싶다:나태주 리오북스, 2016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 죽기 전에 시 한편 쓰고 싶다:나태주 리오북스,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