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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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소나무들산행단상 2024. 12. 21. 15:01
잘린 소나무들은 어디로 갈까?지난번 습설에 쓰러진 소나무들. 길을 막고 서서 우리를 돌아가게 했던 소나무들. 겨울에도 상록수로 우리에게 푸르름을 더해주던 소나무들 .4 계절 우리에게 피톤치드 파인향을 내뿜던 소나무들. 그중에 몇 그루들이 눈의 무게에 못 이겨 부려졌다. 우리를 가로막고 서서 자기의 아픔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지.나는 아파. 나는 아파. 쓰러져 있으면서도 우리에게 추록빛 향기를 내뿜던 소나무들. 이젠 그것을 치워 짧게 잘랐다. 쌓아놓은 소나무 덩이들. 어느 날 산책을 나와 그것을 발견한 나에게 이별을 말하고 있었다. 나는 갈 거야.이젠 나의 향기를 맡을 수 없을 거야.잘린 소나무들은 곱게 쌓여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사진을 찍었다. 추운 겨울에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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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까치를 보았다산행단상 2024. 12. 12. 14:35
밖으로 나왔는데 차다. 제일 쌀쌀한 날씨 같다. 날씨도 맑고 기온은 많이 떨어졌다. 아파트 담장을 쳐다보는데 그동안 보지 못한 새가 두세 마리 날아와 담장에 앉는다. 까치 같기도 한데 머리는 까맣고 몸통은 하늘빛 회색이다. 까치보다는 작은 아주 이쁜 새이다. 사진을 찍으려고 몇 미터 뒤에 있는데 얼마나 빠른지 다른 데로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쫓아가서는 나무에 앉은 새 한 마리를 찍었다. 이쁘다. 그 새는 나한테 들켰어. 집에 가서 무슨 새인지 알아봐야지. 오늘은 사람들이 춥긴 추운 거야. 털이 달린 외투를 입고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 있었다. 기온 차지만 청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가 너무 좋았어. 아침에 걷기란 기억력을 살려 주는 운동이지. 산 입구에 서 소나무 숲을 지나가는데 먼지떨이 청소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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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랑한다산행단상 2024. 11. 22. 12:15
오늘 새벽엔 잠자리에서 뒤척였다. 애들 생각이 나는 거야.그들이 하는 일이 잘 돼야 될 텐데… 잘 될 거야. 왜냐면 그 애들은 베테랑이니까. 오늘 기도만 할 뿐이야. 그들에게 맡기는 거지 철저히. 믿음으로 오직 축복만 기도 하는 거야. 아침에는 아내가 바쁘다. 어디 가야 하는데 갑자기 나갔다 다시 들어온다. 뭔가 빠트린 모양이다. 나보고 서류를 달려고 하며 차를 태워줄 수 있는지 묻는다. 그럼 태워다 줘야지. 시간 맞추려면 되돌아온 만큼 빨리 가야지.난 아내를 태우다 준다. 아내는 “감사해요” 라고 말한다.감사는 무슨 남편 두었다 뭐 해. 이럴 때 써먹는 거지 ㅋㅋ “알았어” 아내를 내려놓고 난 산으로 간다. 그대로 산에 가려 했으나 아침 공복에 힘들 것 같았다. 공복엔 더 춥거든. 오늘 날씨가 쌀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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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산행단상 2024. 9. 18. 18:22
추석이 끝나고 하루종일 엊그제 손녀와 보낸 시간을 기억해 보는데 즐거운 시간이었어 오후 5시쯤 폭염이 저만치 기어들어가고 조금 온도가 내려갈 즈음 나는 스틱을 잡고 싶어진다 밖으로 나가 걷는다 산 입구에서 끝까지 완만한 길로만 걷는다 한 시간쯤 걸으니 땀이 줄줄 허리운동 겸 다리운동 완전히 정상체력을 찾기 위해 나는 걸어야 한다 다시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손주를 거뜬히 안아 줘야 한다 증조할아버지는 너희를 한 손에 잡고 또이또이 하며 세우고 하셨는데… 그 생각을 하면 나는 손주를 늦게 보기도 했지 … 갑자기 내 의자옆으로 도토리 껍질이 투드득 떨어진다 만유인력! 땅 위에 떨어져 도토리 모자 안쪽을 하늘로 보이며 누워있다 알맹이는 어디로 갔나? 폭염이 9월에도 끈질기게 남아 더위로 힘들게 하지만 나무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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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재산에서산행단상 2024. 2. 21. 14:34
입춘! 입춘이라 그런가? 오늘은 바람이 강하게 분다. 봄이 올 때가 되면 으레 바람이 불고 🌲 가지가 흔들린다. 사람들은 봄이 오면 겨울바람이 시샘을 한다고 한다. 겨울바람이 시샘하는 걸까? 아니면 봄바람이 겨울바람을 밀어내는 걸까? 그거야 어떻게 생각하든 사람의 마음이지. 자연의 순리 앞에 어떻게 표현하든 무슨 상관인가. 그 사람의 마음이 아직 겨울에 머물러 있으면 겨울바람이 시샘하는 거고, 봄을 기다리고 있다면 봄바람이 밀고 들어온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공연히 두 바람의 싸움에 내가 끼어들어서 자연의 순리 앞에 시비를 걸고 있는 내가 참 우습다. ㅋㅋㅋ… 왜 웃음이 나오는 걸까? 시비를 거는 내가 참 할 일이 없나 보다. 그래도 시비를 거는 이유는 할 일이 없어서 라기 보다도 시시각각 변화는 이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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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산행단상 2023. 7. 7. 09:55
오늘은 구름이 뜨거운 태양을 가렸다 바람도 없다 구름이 지표면까지 내려와 내몸에 달라붙었다 나무와 풀들이 무성한 고원지대 머리에 흐르는 땀을 씻어내며 쉬고 있을때 나비는 소리없이 내곁을 지나가고 새는 여기저기서 지저귀며 위로 솟구치려 하지만 구름때문에 더 올라가지 못한다 구름의 위쪽은 얼마나 뜨거울까? 뜨거움을 안고 아래를 바라보는 구름은 웃고있다 태양이 나오려는걸까 바람이 내 겨드랑이 사이를 스치고 지나간다 한여름 그늘을 만든 구름은 태양의 숨통을 트여주며 바람의 길을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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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청소산행단상 2023. 7. 3. 09:28
마음을 닦자 마음속에 찌꺼기를 남기지 말자 한구석에 남아있는 조그만 먼지들 깨끗이 비워버리자 숲 속에 들어오면 그 쓰레기가 생각나지 않도록 미리 청소해 두자 그러면 너의 몸과 마음은 청결해 진다 마음이 청결해졌나 싶은데 남아있는 먼지가 나를 괴롭힐때 나는 후회할지 모른다 좀더 부지런할 걸 좀더 신경을 쓸 걸 마음으로 외쳐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보일때 치워라 생각날때 움직여라 몸과 마음이 청정해지려면 자그마한 쓰레기라도 남기지 말고 치워라 그러면 너의 산행길이 편안할 것이다 자유로이 청솔모를 만나 인사하고 산모기도 너에게 오지 않는다 오늘 나는 남아있는 찌꺼기를 버렸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 숲의 시원함을 만끽하기 위해서 미워하거나 탓하지않고 오롯이 나의 마음에 찌꺼기를 닦아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