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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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어진다산행이야기 2024. 12. 18. 15:17
날씨가 차다. 제일 많이 떨어진 영하 6°다. 오늘도 태양은 빛난다. 걷기로 했다. 제일 추운 날 나가는 것이다. 나는 아파트 뒤쪽을 한 바퀴 돌아 뒷문으로 나와서 내가 자주가는 오솔길로 들어선다. 장갑을 벗고 가다 보니 손이 시리다. 장갑을 껴야지. 옹달샘 나오는 곳으로 가니 더 차다. 태양이 비치는 곳을 나오니 따뜻하다. 태양의 위대함. 야채 가게도 썰렁하다. 나는 스틱을 폈다. 언덕을 오르는데 저 언덕 위쪽에 작은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백호다. 하얀 바탕에 검색 줄무늬가 그려져 있는데 호랑이 라면 하얀 호랑이일 것이다. 고양이다. 몸집이 큰 모양이 처음 보는 순간 나는 호랑이처럼 보였다. 호랑이가 있다. 백호다. 호랑이를 찍어보려고 했는데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 놓쳤다. 나의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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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남쪽 산을산행이야기 2024. 12. 7. 15:48
오늘은 스틱을 잡고 나섰다. 아침온도가 영하는 아니지만, 언덕을 오르려면 무릎이 무리가 갈 것 같아서 스틱을 잡기로 했다. 며칠 만에 와 보는 나의 산행길이냐. 그것이 궁금했다. 나의 산책길은 이제 낙엽은 거의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다. 오랜만에 가보는 길인데 내가 자주 다니던 길. 사진은 많이 찍어 봤지만 안 그려 볼 수는 없지. 난 큰 스케치북을 갖고 나왔다. 나의 정든 산책길을 기억에 담아두고 싶어서이다. 아 그때 푸르름과 단풍이 우거질 때 그때는 사진을 찍었지. 나는 나의 바위 위에 올라섰다. 큰 참나무 옆에 스틱을 세워놓고 그림을 그려 볼까? 연필과 스케치북을 나의 가방에서 찾는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바람이 없다. 저쪽 남쪽 산등성이에는 따스한 햇살이 비치고 있고 내가 있는 것은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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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을 꼈다산행이야기 2024. 11. 29. 16:32
아침이다. 어제 눈이 녹았다가 얼어붙었다. 어제 소나무가 쓰러진 그 야채 가게 앞을 지나가 본다. 오늘 영하로 떨어졌다. 추운 날씨로 나는 아이젠과 스틱을 준비하고 길을 나섰다. 이제는 껴 볼까 생각했는데 초입에 그래도 걸을만하다. 오늘 날씨는 차지만 하늘은 맑다 구름 한 점 없다. 햇빛이 눈밭을 비치니 더욱 빛난다. 작년에 인턴라켄 융프라우에 올라갔던 생각이 나는구나.선글라스를 호텔에 두고 나와서 맨눈으로 융프라우 설산에서 눈이 부셔 처음엔 눈을 뜰 수가 없었지. 아내와 둘이 얼음 동굴로 들어가 보았는데 아내는 춥다고 중간쯤 가다 나와 버렸지. 1년 전만해도 추억의 해외여행을 했던 거야. 듬성듬성 흙이 보이고 눈이 딱딱하게 굳어 아이젠 없이도 걸을 수 있다. 자연이 하루가 다르게 세상의 옷을 바꾸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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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의 위력산행이야기 2024. 2. 24. 17:45
38.7도의 러시아 술 보드카의 위력은 대단했다.대화의 물꼬를 터주었고 혀를 꼬부라지게 하고 엉덩방아를 찌게 했다 선학역에서 만나 산으로 오르기 전 현선배가 말한다. "고량주 준비했어? " "아니" "산행인은 미리 다 준비를 해야 하는데.. ㅎㅎ" 우리는 역을 나와 산으로 올라가면서 편의점에 들른다. "아주머니 고량주 있나요?" "네, 있어요" "음, 편의점에도 고량주가 있네, 하나 살까? 저번에 오선배님이 준 그 고량주 가격과 비슷하네" "보드카도 있네..." "이거 센 거야. 러시아에서도 알아주는 거지" 현선배가 말한다. 고량주를 사려고 하는 데 대관이가 내 옷자락을 끌며 말한다. "집에 보드카도 있고 고량주도 있어 올라가면서 잠깐 들러서 내가 가져올게... 여기서 사지 마."라며 작은 소리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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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산행산행이야기 2023. 10. 28. 17:28
문학산에 올랐다. 오랜만에 아니, 그것도 나의 모습이 많이 바뀐채로 나는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길을 양보하며 쉬어야 했다. 두사람이서 걷기와 이야기가 불균형하다 이야기가 더 많은채로 천천히 걷고 있었다. 현선배는 빨리 가고 싶다. 몸에 배인 빠른 걸음걸이로... 그러나 나는 불가하다. 허리가 아직 완전치 않다. 꾸부정한 모습 약간 다리를 저는 모습으로 언덕을 올라 첫번째 휴게터에서 쉰다. 선학역에서 올라오면 만나는 첫번째 휴게터 평행봉, 허리돌림 운동기구가 있고 의자가 서너개 있는 곳 여기오면 고량주도 한잔하고 앉아서 잡담하던곳... 현선배도 허리가 아파 시술한 적이 있다고 그래도 다리는 안 아팠던 것 같다. 나는 다리가 아팠다. 오늘도 산을 오르는데 통증이 있었지만 보폭을 좁혀 천천히 올랐다. 내려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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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이 좋다산행이야기 2023. 7. 2. 18:28
오늘은 새들이 낮잠을 자는 모양이야 산속이 너무 조용하다 잠시후 비둘기가 구구구구 잠꼬대를 하는지 …. 다른새들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저녁 준비를 하는걸까 아직 낮잠이 덜깨었나? 저멀리 차달리는 소리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 조용히 걷는 산행자들의 발자국 소리만 들릴뿐 나도 조용해진다 다시 걷는다 바위 위로 올라 나무사이로 비치는 저녁 햇살과 미풍을 즐긴다 나무들이 내뿜는 산소와 피톤치드는 머리를 맑게 해주고 있다 길가에 핀 노란 꽃 누군가 만든 정원 밖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정원이 좀 컸으면 …. 잠시 서 있으면 내 발목을 무는 산 모기들 가려움에 긁다가 다시 걷는다 가려움을 잊고 의자에 앉아 느끼는 시원한 바람 여름은 산속이 좋다 바람 불어오는 그늘이 좋다 식욕을 돋구는 걷기가 좋다 산속의 공기가 너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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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대산행이야기 2023. 3. 25. 17:14
오늘 문학산은 봉수대까지 가는 것이다. 선학역에서 만나 한시간 가량 산을 오른다. 오랜만에 능선길로 오르니 땀이난다. 진달래가 활짝폈다. 집안에 있으면 개나리가 피었는지 생강나무 꽃이 피었는지 모른채 게으름만 피울건데 … 7명이 모여서 산을 오른다 예전 같지 않게 무릎이 다소 불편하다. 그래도 예전처럼 오른다. 반대편에서 이 선배님이 올라온다. 삼호현을 지나 가파른 코스로 거리가 짧으니 천천히 올라오시면 우리와 봉수대에서 비슷한 시간에 만날것이다. 우리는 중간에 전화를 해본다. “어디세요?” “응, 나 여기 다 올라왔어 . 언제와?” 빨리도 오셨다. “우린 한 20분정도 더 걸릴것 같아요.” 20여분후 이선배님과 만났다. “ 일찍오셨네요 .. 우린 한 시간 정도 걸렸어요.” 많이 기다린듯한 표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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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산행이야기 2022. 12. 13. 21:38
2022.12.10. 벌써 12월이다. 한해가 또 간다. 산우회가 6년 만에 다시 시작하고 이제 한해가 가는 것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건강과 우정을 그리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각자의 삶을 되돌아 보면 나름 잘 살아온 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그 중에도 산행을 하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회상해 보는 것은 한해를 보내는 마지막 달의 의무인 것처럼 느끼게 된다. 부부 동반으로 16명이 모였다. 4분은 사정상 혼자 오셨고, 두분은 못오셨고... 송년회에서 그간의 만감이 교차한다. 李태봉 선배님의 1000차 산행 할 수 있을까? 하며 걷기를 좋아하셨던 분이시다. 실제 1000차는 안 되어도 알토회 前身인 청량산우회에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약 8년간 주말 마다 꾸준히 다니셨다. 거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