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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걷기(시)
    2023. 7. 15. 15:47


    그림을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글을 쓰다가 
    이내 잠이 오는 밤.
     
    잠을 자면 조용한 새벽에
    나를 깨우는 이가 있을 것 같다.
    밤새 하얀 눈이 내리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릴 것 같다.
    저 멀리서 낙엽 구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한없이 걷던 산길에서, 
    나의 다리를 피곤케 했던 산길에서
    연푸른 봄나무를 생각하고,
    태풍에 흔들리는 우거진 나무들을 생각하고,
    낙엽을 생각하고, 하얀 눈을 생각한다.
     
    비와 바람과 안개와 뜨거운 태양
    그리고 나무 사이로 보이는
    고즈넉한 저녁의 붉은 노을을 뒤로 하고
    피로한, 그러나 만족한 몸의 힘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가던 나만의 산길에서
    나는 지리산 능선길과 제주의 올레길,
    설악의 울산바위와 동해 바다를 기억한다.

     

    그리고 잠을 자고 나면
    그 뿌듯함 속에서
    걷기의 충만감으로 취해 있다가
    다시 중독자 처럼 
    다음 주를 기다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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