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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녀의 함흥철수
    2023. 7. 17. 09:35

    53년전 함흥철수 때
    피란 나왔던 아주머니가 안보인다
    요즘 외로우신가
    친구가 생기셨나

    만나면 함흥철수 때
    배를 타던생각
    미군이 나를 휙 던져
    배 위로 올려주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는 아주머니

    아버지가 준 니꾸사꾸(rucksack)
    하나 메고 거제도에 가서
    룩색을 열어보니
    하나 가득 돈이더라
    좋아라 살것만 같았는데
    쓸 수 없는 북한돈이더라

    아! 거제에서 부산 서울로
    오기까지 얼마나
    고생하며 살았나

    남편이 가까운 곳 놔두고
    강원도 요양원으로 가서
    종종 떨어져 살았는데
    어느날 돌아가시고
    혼자 되었네

    아들 둘 장가가
    손주 낳고 잘 사는데
    아주머니는 못마땅 하네
    할배 왜 그리 먼곳 요양원을 갔나?
    성격도 이상하지

    어느날 먼 발치서
    어주머니 보이는데
    얼굴이 좀 빠지셨네
    외로워 보이네

    만나서 함흥철수 얘기 또 들을까?
    이번이면 다섯번째
    외로움에 혼자 걷는 모습에서
    그 이야기 다섯번을 들어줘도 좋을것 같다

    팔십이 넘어 외로움 타는
    룩색 아주머니는
    할배가 그립고
    아홉살 소녀시절 함흥철수때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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