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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간다
비를 뿌리며, 바람을 일으키며
아침에 일어나니
빗줄기만 하염없이 떨어진다
우비를 입고, 큰 우산을 쓰고
빗길 위에 사람들이 유영하고 있다
캐노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악기가 강약을 맞추듯 박자를 맞추듯
내 귓가에서 노래한다
풀밭에 보이는 맥문동 보라색꽃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하늘로 솟아오른다
빗방울 속에서, 더위를 못 이겼던
휜 허리가 언제 있었느냐는 듯
생기가 보석 같다
물이여!
비젖은 나무여!
흠뻑젖은 나무기둥은
올리브유를 바른 듯하고
키작은 철쭉나무 잎은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느라 쉴틈이 없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온다
태풍이 이제 마지막 꼬리를 내리려 한다
하늘로 올라가는 용의 몸부림
머리는 이미 회색 구름 위로 올라갔고
구름 아래 남은 꼬리는
허공을 휘저으며
힘없이 꿈틀거린다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