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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년 된 느티나무
    산행이야기 2009. 12. 10. 19:32

     

     

     

                 여름에 보았더라면 좋을 나무가 있었다.

                 500년이 된 느티나무다.

                 산 입구에 오니 그 나무가 우리를 바라다보고 있었다.

                

                 겨울로 들어서는 계절이지만 거목은 우뚝 서있었다.

                 나뭇잎은 없지만 나무를 바라보는 순간 여름의 그늘을 상상할 수 있었다.

     

                 우리들도 흔들림이 없이 산을 넘는다.

                 여름의 푸른 나뭇잎을 상상하면서 흥얼거림 속에 산을 넘는다.

     

                 2주 전 그렇게 아름다운 색깔로

                우리를 반겨주었던 나무들은 이젠 모두 그 색을 버렸다.           

                오직 소나무만이 산을 지키고 있다.

                지나가면 그만인 산길에서 나무들은 계절을 너무도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낙엽 위를 조심조심 내려가는 사람들 

                흔들림 없는 거목처럼,

                산 入口 를 지키며 그늘을 만들어주는 500년 된 느티나무처럼 

                내일을 만들어간다.

                

                70년을 살 수 있는 독수리가 있다고 한다.

                35년을 살고 늙어버린 부리와 발톱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고통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바위에 부리를 부딪쳐 부숴버리고 새로 난 부리로 발톱과 깃털을 빼버리는 인내의

                시간이 지나면 새부리, 새 발톱 그리고 새깃털을 가지고

                35년을 더 산다고 한다!

     

                500년이 된 느티나무도 그의 인생에 반을 지나고

                그런 시간을 가졌을까?

     

               우리는 우리의 인생 반을 지나고 그런 시간을 가졌을까?

               아니다. 우린 그럴 시간이 없었다.

               우린 노년에 이르러서야 그런 시간을 가져 보려 한다. 

     

               독수리가 부리를 부숴버리고 새로 난 부리로 자신의 늙은 발톱과 깃털을 빼버리는

               시간을 갖듯 우리도 그런 시간을 가져봐야 한다. 

               늦더라도 그 시간을 통해 새로움에 눈뜨고 새로운 비상을 하는 것이다.

               비록 몸은 가볍지 않으나 영혼은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야 한다.

               인생의 후반 까지도 우린 무거운 깃털로 하늘을 날아보겠다고 애썼다.

               지금도 날기 위해 퍼덕이는 우리도 있다.

               그러나 좀 쉬자 

               몸이 열개이면 무엇하랴 

              모두 무거운 날개와 발톱을 가졌다면 아무 쓸모가 없는 것 아닌가?

              모두 버리고 새로운 날개를 달아야 한다. 

              젖어버린 육체를 끌고 걸어가는 무거움을 버리고 이젠 훨훨 날아보자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잠시 숙고하며 고통을 이길 수 있는 인내의 내공을 키워야 한다.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공부하며 기도하며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나서야 한다.

    무엇 보다도 지치고 무거운 내면의 신세계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독서일까? 신앙일까? 새로운 취미일까? 파격적인 생활태도로 변해버리는 것일까?

    무엇이라 말할 수는 없다.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 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노년의 소리는 은연중에 들려온다. 들을 수 있다.

    몸에서 마음에서 모두 소리가 들려온다.

    거기에 집중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선호하는 끌림에 따라가 보는 것이다.

     

    모든 길은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하나의 길은 두 길을 만들고 세길을 만든다.

    어느덧 열개 스무 개의 길이 열린다.

    그런데 돌아아보면 하나의 길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므로 하나의 끌림에 귀 기울여보자

    우리의 길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무리 많아야 하늘의 길만큼을 만들 수 있겠는가

    하나의 길로 가다 보면 가지 않은 길이 있을 것이고 

    또 그 길은 다른 것 같지만 그리 다르지도 않다.

    하나의 길이 모든 것의 길이라는 것을 안 후에 우리는 모든 길에 대해 욕심 낸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단지 독수리처럼 한 번은 거쳐야 하는 힘든 길을 거쳐봐야 할 것 같다.

    그 길을 통해 다가오는 새로운 길 

    하나의 희망, 하나의 길 

    그 길이 35년을 더 살게 하는 독수리의 생존법이다. 

    독수리의 재생법, 독수리의 부활법이다. 

     

    500년이 된 느티나무는 말이 없다

    그가 새부리로 발톱과 깃털을 갈았는지 우린 알지 못한다.

    단지 그가 이렇게 오랫동안 꿋꿋이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힘은 그만의 비밀일 것이다. 

    그만의 생존법이 있을 것이다. 

    우린 독수리를 보며 우리의 늙음을 가볍게 할 수 있는 부리를 만들어 

    새깃털과 새발톱으로 기쁨을 누려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산을 넘으며

                생각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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