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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같은 겨울이다.
3시에 문학산에 가기위해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오늘은 오랜만에 연수 둘레길을 걸어볼까?
요즘 시간이 없어 많이 걷는일이 적어졌다.
1시쯤 점심을 간단히 해치우고 집을 나선다.
곧바로 문학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문학산 북쪽으로 오르면 오솔길과 언덕이 제법 걸을만하다.
한 30분오르니 덥다.
정상에 올라 인천대교를 보고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식힌다.
평소에 다니던 길을 가로질러 내려가면 선학동쪽 문수암이 나온다. 그아래로 어린이공원을 지나면
연수동 롯데마트가 있는 큰거리를 지나고 마트옆 공원에서는 쉬어갈수 도 있다.
소변도 보고 손도 씻고.. 연수성당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어? 괭장히 빨리왔는데 ? .. 1시간 20 여분이 걸렸다.
음! 다음엔 문학산 정상에 오르기전 에 한코스 더 돌아와야겠구만.
어제 저녁 이다. 오선배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응? 뭔일이 있는가보다. 감이 온다. 서울 가자더니 잘 안되셨나?
" 응! 나야. 내일 갈수 있어?
글쎄요 좀 그런데요....
그럼 어딜갈까? 문학산, 청량산?
청량산이나 가죠 뭐!
몇시가 좋을것 같애?
3시로 하죠..."
전화를 끊고 나도 퇴근을 한다.
ㅇㅁ.. 이선배님 섭섭해 하시진 않을까?
토요일 아침 평소와 같이 일어나
이일 저일 일처리를 하니 점심시간이 다되었다.
오늘은 일찍 나가 장거리 걷기 하는거야 !
청량산에 오니 시간이 한 30여분 남는다.
운동이나 하자. 팔운동도 하고 다리운동도 하고 운동기구를 이용해 이것 저것 해본다.
3시가 되었다. 아무도 안보인다.
응? 어떻게 된거야?
이선배님은 거의 늦는 법이 없는데?
오선배님은 왜 안오시나?
전화를한다.
" 선배님 어찌된거 에요?
3신데 안오시나요?
어~ 2시 아냐? 난 지금 문학산에 오르고 있는데 ?
예~? 아이고 참 .. 3시 청량산 이라고 하셨잖아요?
으! 응? 내가 깜빡 잊었어... 요즘 좀 잘잊네...!
이선배님은 요?
응 .. 집안에 볼일이 있데.. 어디 가신데...
허이고 참 ... (속으로) 오선배님 큰일났네 ..
건망증이 저렇게 심해가지고 서야...
이선배님은 그래서 안나오신게로 구나.
금요일에 오선배님에게 연락하신게로구나..
그래서 오회장님은 나에게 전화를 한거고...
속으로 허탈함을 달래느라 가방속에있는 고구마를 꺼내먹는다.
고구마가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질 않는다. 훅 흑...
아 ! 외롭구나... 각자 가기..?
문학과 청량사이에서 오가는 교감이 느껴지면서... 혼자걷기를 한다.
평소에 하던 같이걷기 보다 쓸쓸한데? 힘이 좀 빠지지만 한참을 걸으니 혼자걷는 맛이 나기 시작한다.
고구마는 이미 목아래로 서서히 내려가고 있었고.. 물을 한잔 마시니 목구멍이 확 뚫린다.
좀 걸으니 몸이 풀린다. 이선배님이 평소에 개발해 놓았다던 가파른 언덕길
그곳을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에 오르니 땀이난다. 더갈까? 내려갈까?
망설이다가 몸이 원하는데로 가자. 하고 걷는다. 바위산까지 가서
"龍鶴遊亭"이라는 정자에서 쉬기로 했다.
그곳에 앉아 인천항과 문학산을 바라다 본다. 구름이 층층히 겹쳐져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마치 히말라야의 雪山들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하얗게 산 모습을 한 구름위로 또하나의 구름띠가 있고 그위로
또 두개의 구름띠가 얹혀져 있는데 그모습이 참으로 이곳에선 처음보는 멋진 광경이다.
" 카메라가 고장나서 못가져왔지.. 찍어놓으면 참 멋지겠다..."
속으로 생각하며 한참을 주변 경관을 바라다본다.
흐흐 오선배님은 저 문학산을 오르고 있겠지..
조용한 초겨울의 하늘 풍광을 감상하다가 다시 호불사 쪽으로 간다.
좀 쉬니 이제 다리에 탄력이 붙었다. 청량산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나무다리로 만든 이길은 괜찮은 산책로다. 혼자걷기에는 참으로 좋은 길이다.
차분한 초겨울 오후
이제 슬슬 시장기가 돈다.
음 누룽지가 있었지 누룽지를 으드득 씹으며 서해 아파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로 가면 문학터널쪽으로 가는 버스를 탈수 있다.
그런데 막상 버스 정류장까지 오고보니
문학산 삼호현이 그리 멀지않아 보인다.
에이 그냥 걸어가?
이때가 4시반쯤되었다.
넉넉잡고 한시간이면 집까지 갈 수 있을것 같군....버스를 타려다 다시 걷기로 한다.
일송정을 거쳐 삼호현까지 걷는다. 일송정을 유심히 바라다 보니 묵무침에 막두부.. 오리전골..막걸리..
그리 비싼곳도 아닌것 같군 이쪽에 와서도 한번 먹어봐야겠는걸..
음.. 년말 송년회를 여기서 해봐?
한참을 걸어오르는데 저녁노을이 문학산을 덮는다.
황혼빛깔이 산을 비추는 광경도 참으로 괜찮다. 마치 꿈속에서, 아니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느낌이다.
산등성이에 비취는 나의 모습.. 붉은 빛속에 나타난 나의 검은 그림자는 마치 환상같다.
신은 우리에게 신기한 현상을 보여줄때가 있다.. 우리는 혼자있을때 더욱 그런 현상을 조용히 간직할 수가 있음을
느낀다. 혼자 걷기를 잘했지 혼자 걸으면 풍성한 대화는 없지만 풍성한 사색이 있다. 그리고 풍성한 자유가 있다.
걸을까 말까? 탈까 걸을까? 쉴까 갈까? 마음대로 ...
순간 순간 내맘대로 선택하는 길을 걷는다는것
그 안에서 자유롭게 자신을 그려보고 자연과 대화한다는것, 그리고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정리해본다는것...
그것이 혼자걷기의 묘미 일것이다
집에 다가오면서 오늘 혼자걷기를 잘했네...
오선배님 어제... 각자 걸어?
이말이 잠깐 스쳤는데
그 건망증, 진정 건망증인가?
혼자 걸으며 웃음이 난다. 거참 오묘한 건망증일세...
문학산 삼호현을 넘으며 이리로 오선배님 지나가는 건 아닌가?
지나간 흔적이 느껴지는 삼호현을 넘으며
" 어느새 여길 왔지?
산행의 끝지점에 다다르면 처음부터 끝까지의 여정을 되돌아 보게된다.
그것이 혼자걷는 묘미일것이다.
대화할 수 있는 者가 내가 간 길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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