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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 바람
    산행이야기 2013. 2. 24. 16:01

     

    봄이 오기는 왔나보다. 매년 오는 봄이지만  

    이번 봄은 남다른 데가있다.

    삶의 빠른 변화를 바라다보는 사람들에게는

    어느때 보다 새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봄일것 같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추운날이 많아서인가 ?

    봄기운이 더욱 상쾌함을 느끼게 한다.

     

    지난주 병원에서 그 남자를 만났다. 울산에서 온남자.

     

    갑자기 병원에서 만났던 그사람 생각이 난다.

    안녕하세요 .부인은 많이 좋아지셨나요? 반갑네요.

     

    아내와 함께 수술전 만났던 사람이다.

    우리 또래의 나이가 들어보이는 남자답게 생긴 경상도 사나이다.

    표정은 참 유순해보인다. 착한 사람인것 같다.

     

    유방암치료를 위해 울산서 서울 까지 거의 4시간가량 걸려 온것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죠?

    네 , 3시간 반정도 ..

    왜 차를 안가지고 오셨나요?

     

    차 가지고 오면 더 힘들어요

    운전하는 사람도 피곤하고... 비용도 기차나 별차이 없고

    ktx 타고 왔어요..

     

    그러시군요 ..

    부인 간병하는 데 힘 많이 드시죠

    뭐 그렇죠..

    여러가지로 애쓰고 있어요..

     

    먹는게 어려워요..

    음식 냄새 안나게 하랴 ..구토나 메쓰거움 .. 울렁거림 때문에 신경쓰이죠...

     

    그래요..

     

    어떻게 이곳으로 오게 되셨나요?

    정기검진을 해왔는데

    작년에는 좀 늦게 했죠..

    좀 이상한 것이 보인다길래..

    대학 병원엘 갔죠 ..

    거기선 암 갖지는 않다고 하였지만

    찜찜 해서 친구의 권유로 이곳으로 오게되었습니다.

     

    잘 오셨네요 ..

    저는 전문의원서 검사를 받고 ....

    생각보다 정도가 심하질 않아서 다행이네요...

     

    조금  있으니 항암제 투여가 다 끝났나 보다.

    이제 가요!

     

    아 그러세요..

    끝나셨군요 조심해서 가세요...

    나는 좀더 기다리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

    오늘도 아내에게 아침죽을 해주고 산엘 가려는 참이다.

     

    몇주동안  바깥 공기를 흠뻑 마시지 못해 답답했다.

    오늘은 산에 한번 오르자!

    선배에게 전화를 한다.

    조금 늦을것 같아요...

     

    산길을 따라 올라가 보았다.

    산 기슭엔 눈이 남아있고 진흙길이 봄을 알리고 있다.

    사격장 갈림길에서 만나죠

    그래요

     

    선배는 삼호현에서 오고

    나는 옛 송도역 뒷길로 해서 가다가 만나기로 했다.

     

    3주 만에 걸으니 상쾌하기 그지없다.

    간병하느라  바쁜 시간들

    오늘은 꼭 시간을 내어 가야지

     

    오랜만에 걸으니 꿀벅지가 된 느낌이다.

     

    지평막걸리 한병 씩을 마셨다.

    오늘 따라 파전에 조갯살도 들어가 있다.

     

    주인 아가씨,  우리 나이 또래에선 아가씨다.

    개나리꽃 같은 노란색 점퍼와 바지의 등산복 차림이다.

     

    낙서로 가득찬 주막안은 변함없지만

    봄을 느끼게 하는 노란색 옷차림이

    우리의 마음을 밝게해 준다.

     

    아니 선배님은 왜 안 오셔요?

     

    네에.. 요즘 술 안드시는 기간이라서..

    길도 미끄럽고..

    날 풀리면 오신데요.

     

    파전을 먹을까? 두부전골을 먹을까?

    먼저 얘기한 파전이

    벌써나오고 있었다.

     

    아니 벌써?

    우린 두부전골로 할려고  했는데?

    듣자마자 행동개시 했구만

    할수없지 그냥 먹어..

     

    어때요 ?

    음 .. 오늘 파전은 더 맛있는데.. 조개살도 들어있고

    이렇게만 해준다면야 파전만 먹겠다..

     

    선배와 나는 사는 얘기

    자식얘기, 나라얘기....

    지평막걸리 괜찮다?

    얫날 막걸리 같아! 구수한게 부드럽게 넘어가는데 ?

    1000원 더주고 이거 먹는거 괜찮네..

     

    인천사람이라 소성주 계속 마셨는데

    가끔 다른 것도 마셔 봐야지

     

    한병을 먹으니 혀가 꼬부라지기 시작한다.

    그집에서 나올때쯤 되니 거의 취한 기분이다.

     

    이때부턴 선배와 더욱 격이 없어진다.

    선배는 3월 1일 사랑도를 가자고 한다

    이선배님께도 얘기해 보겠다고..하면서

    경남 통영에서 배타고 가면 399 미터의 산이있고 그곳에 오르면 남해를 조망해 볼수 있는 곳.

     

    좋죠!

    근데 왕비님께 결재 받아야돼요

    요즘 간병하느라 여념이 없거든요 몸상태가 좋으면 좋으련만 ...

    혼자 놔두면 ... 삐질 수도 있으니

    그 때 가봐서...

    속으로 생각하며 산을 내려온다.

     

    선배님 해가 정말 길어 졌어요

    6시인데도 훤하네요...

    오늘이 보름이라며 ?

    네  .

     

    그런데 저달 완전한 보름달이 아니네?

    그러네요 오늘밤 더 둥그러 지겠죠?

    지구가 약간 가리고 있나봐요.

    집에와 뉴스를 보니 완전한 보름달은 내일 밤쯤에나 가능하다고 한다.

     

    6시 태양이 서쪽으로 넘어가며 아직 낮이지만

    달은 그 태양빛 속에서 하얗게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달이 이렇게 가깝게 보일때가 있구나!

    조금 있으니 금방 어두움이 밀려온다.

     

    송도역 앞에서

    전철타고 가신다고요?

    조금 텀이 길긴하지만 ..좋아요 . 안녕히 가세요.

     

    막걸리 기운이 아직 남아 있다.

    오랜만에 봄바람 맞으니 사는것 같다.

    흥얼거리며

    아내를 본다.

     

    나왔어 !

    재롱을 펴야지 ?  즐거운 마음을 갖도록 ..

    마음이 편하면 ,웃음이 있다면

    행복해지는 거고 .. 그러면 쾌유해지는 것이다.

     

    아내가 빙긋 웃는다.

    크ㅡ크...

    내일은 더웃을 거야! 사랑하는 아내가 ...

    봄바람이 웃음을 가져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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