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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산책 2013. 11. 3. 22:17

    가을은 우리 곁에 와 있었다.
    바쁜 가운데
    병과 싸우고
    일과 싸우고 있는 우리들에게
    가을은
    낙엽을 내려놓았고
    나뭇잎에 노란색 빨간색 갈색을 칠해 놓고 있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세상의 아픈 이들을
    생각하면서
    가을 산을 걸어보았다.
    갈색 낙엽, 노랗고 빨간 나뭇잎은
    그렇게 울창했던 초록의
    숲을 수놓고 있었다.

    우리가 위대했던 과거를 되돌아볼 시간이 구나
    이제 추억으로 간직해야 할 장소들이구나

    걸으면서
    지나온 일들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우리가 걷던 그 길을 걸어가고 있노라면
    그때의 모습이 내 옆을 쫓아오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때의 그림들이 내 옆에서 속삭인다.
    우린 여성 알피니스트야
    눈 속을 걷던 그림이 떠오른다.
    여름 비 온 날, 맑은 산속 공기가 떠오른다.
    봄날의 파릇한 새순과 작은 꽃몽우리가 떠오른다.
    그사이를 걷던 그 길

    그대로 있긴 하지만 어딘가 조금씩은 변해있다.
    넓어지기도 하고 파이기도 하고
    또 새로 길이 나기도 하고

    작년에 보았던 막걸리와 엿을 파는 그 남자,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가위로 장단을 맞추며 엿을 자르고 있다.
    다른 때 같으면 소음이구나 하며 싫어했건만
    오늘은 정겹게 느껴지는 건 웬일일까?
    오랜만에 걷는 가을 산길이라서 그럴 거야...!

    그리 많지도 않은 단풍을 찍어보느라
    잠깐잠깐 나무를 바라보면
    가을의 맛은 예전의 것이 아니다.

    우리 인생의 계절이 언제나 다르듯 가을의 산도
    예전의 가을 산이 아니다.
    우리에겐 망각도 있고 기억도 있지만
    망각 때문에 새로운 것은 아닌 것 같다.

    기억이 있음에도 계절의 반복은 언제나 같지 않다.
    우리의 인생 항로와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집으로 향한다.
    집은 우리의 고향이다.
    다시 돌아갈 고향

    시간이 되면 다시 돌아가야 할
    그 시간이 되면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

    신이 주신 새로운 위대한 우리의 가능성을 생각하고
    그가 주신 우리의 최선을 생각하고
    그의 선물인 그의 닮음에 감사하며 기도해야 하는
    시간이 오고 있는 것이다.

    가을은 우리에게
    신의 아름다움을 노래케 하고
    우리에게 덧없음을 느끼게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며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

    우리의 가능성을 기억해야 한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노래하라

    더 넓은 곳을 향하여
    날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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