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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오후가 되면 걷고 싶어진다. 그러면서 내적인 욕구에 목마름을 느낀다. 책을 읽어야지. 그동안 읽지않고 놓아둔 책을 읽어야지... 영혼의 목마름을 알면서도 우린 때때로 습관 때문에 내적인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가 많다. 우리는 조화가 필요하다. 한가지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우리 몸에 부족한 것이 있을 때 우리는 무언가 먹고싶을 때가 있다. 내적인 욕구도 마찬가지다. 우리 영혼에 부족한 양식이 있을 때 우리는 그 양식을 먹지 않으면 안된다. 갈증을 풀어주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인생의 궁극적인 것, 삶의 영원성을 깨닫는 것, 그것은 곧 우리의 깨달음이요 참 신앙이다. 과학으로나 문학으로나 철학으로나 체육이나 예술로서 우리의 갈증을 풀어보는것. 그것은 삶의 양식이며 우리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할 우리의 과제인 것이다.
오후 태양빛이 저너머로 넘어갈 즈음 어스름한 어둠이 가까워 올 때 산기슭에 올라 걸어본다. 내가 갈길이 딱히 정해진 것도 아니지만 무작정 가던 오솔길을 따라 가다 보면 새로운 길로 접어들게 된다. 오랫동안 가지 않았던 길로 가고 싶어진다. 우리곁에 숲과 오솔길이 없다면 우리는 너무나 삭막한 환경에 사는 것일 것이다. 숲있는 오솔길, 산길은 우리에게 언제나 사색의 장을 열어 놓아준다. 깨끗하고 정갈한 음식을 내어놓고 손님을 맞이하는 어느 식당주인처럼 우리에게 선물을 듬뿍주는 훈훈한 인정을 누가 알랴! 그곳에 들려 음식을 맛보아라. 우리는 그 정갈한 음식맛에 취해 상쾌함과 청량함으로 충만감에 젖어 언제나 집으로 돌아올 때면 그 멋의 즐거움을 잊을 수 없다.
오후이지만 잠시나마 걷고 나면 습관 속에 있는 나의 갈증이 풀어진다. 그래 아무래도 이 습관을 버리지는 못할거야. 몸이 원하는 대로 우리는 가야한다. 마음이 원할 때에도 마찬가지지만 .. 그것이 몸과 마음의 조화이다. 몸이 원하는 것은 정신이 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몸을 통해서 정신이 새로워지며 정신이 새로워 질때 우리는 더욱 깊은 정신적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하여 묵상과 기도 그리고 마음의 정화를 통해 몸과 정신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일요일 오후 산책에 나섰다가 산사로 가는 길의 등불을 보았다. 마음을 맑게 해주는 눈길과 등빛, 어두워져가는 산기슭에서 한참동안 하늘을 바라본다. 생의 여정을 느끼기에 충분한 고즈넉한 저녁 시간이다.반응형'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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