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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린날의 음악
    산책 2023. 10. 12. 16:42


      색소폰 소리가 내 귀에 젖어든다. 흐린 일요일 오후 교회를 갔다 와서 점심을 먹고 잠시 음악을 듣는다. 찬송과 교향악... 오랜만의 음악소리에 조용한 만족감이 평온하게 내 곁으로 다가온다. 음악과 함께 멋진 산등성이를 오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나가볼까? 읽을 책도 있는데...  아무래도 음악과 함께 책을 보는게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갑자기 음악과 길을 생각해 본다. 도심과 산길이 가까이 있는 곳. 도심의 깨끗한 길… 농촌길, 바닷길.... 오솔길... 음악이 길들의 모습을 그려준다면 더없이 좋은 산책길이 될 것이다.  음악을 듣는다 .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미완성 제1악장을 듣고 있다. 바닷가를 걷는 느낌이다. 잠시 거친 파도가 몰려오다가.. 넓은 벌판으로 올라와서는 신나게 벌판을 달려 나가는 상상을 하게 된다. 잠시 둔탁한 둑으로 올라가... 논길과 밭길을 걷고, 산 초입의 오솔길을 걷다 보면 새들의 노랫소리와 숲 속 작은 벌레들의 노랫소리 숨 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늘은 여전히 회색빛이다. 음악이 회색을 갈색으로 아니 노란색으로, 옅은 청색으로 바뀌어 주는 듯 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글을 쓰는 동안에도 음악은 우리에게 멋진 상상을 준다.
       인간에게 음악은 감정을 순화해주는 작용이 있다. 우리의 영혼을 새롭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 번뇌속에 있던 우리들의 마음을 정화해 주고 한 곳으로 몰입케 해주는 집중의 능력이 있다. 음악을 듣는 동안에는 특별히 교향악을 듣는 동안에는 하나의 이야기를 듣는듯하다. 아니면 긴 여행길에서 경험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 같기도 하다. 또는 걷기 속에서 만나는 자연의 모습,산, 들, 바다, 계곡, 산등성이, 능선, 강, 논과 밭, 마을…. 우리가 걷는 인생길 같기도 하다.
    지금은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3번 D major, D.200 제 3악장이다. 이 곡도 참 좋다. 활달하며 낭만적인 운치가 있다. 이제 그 곡이 끝났다. 그 곡을 들으며 상상한 글이 더없이 좋다. 여행을 간다면 이 음악을 갖고 가고 싶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6번 Op.68. '전원'이다. 집에서 뛰쳐나와 자연 속으로 격정적인 뜀박질을 하는듯한 남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드넓은 시골 벌판에서 춤을 추는 모습으로 자연과 동화된 전원의 광경... 흘러내리는 시냇물 소리, 새 소리, 바람과, 천둥, 폭풍우, 번개 소리... 힘차고 순수한 기쁨의 노래를 들려준다. 자연에 대한 베토벤의 장대한 묘사이다.
    모짜르트의 교향곡 41번 K551주피터 1악장이다. 모짜르트의 가장 유명한 3대 향악 중 하나다. “ 모짜르트가 겪어야 했던 고통, 궁핍, 절망적 외로움 등이 승화되어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 작품에는 모짜르트의 음악과 삶의 모든 대립적 요소들, 예컨대 영감과 기교, 환희와 반성, 외향적 힘과 내향적 수줍음 등이 하나의 거대한 통일 구조로 되어있다고 말할 수 있다.”라는 해설을 보며 감상하고 있다. 그의 인생의 모든 것을 표현해 주는 음악이다. 예술의 아름다움을 음으로 …그의 영감, 그의 인생, 그의 철학을 모두 나타내는 아름다움.... 교향악을 듣다 보면 참으로 인생의 모든 것을 그려내는 음악가의 천재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음이란 무엇일까? 인간에게 있어서 소리란 무엇일까? 그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 악기야 말로 인간에게 있어서 음을 표현하는 수단이며 인간의 감성을 음악으로 나타내는 도구이기에 멋진 발명품이라 할 수 있다. 참으로 인간의 음악성은 신이 주신 선물이 아닌가?  음악 속에서 우린 정화되고 아름다움을 느끼고 순화되어 서로가 하나가 된다. 쇼펜하우어는 음악을 말없는 철학이라고 했다. "어떤 예술이든 제각기 장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음악은 매우 특별한 예술이다. 다른 예술은 그림자에 관해 말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음악은 본질에 관해 말하기 때문이다." 개념으로는 파악할 수 없고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세상의 깊은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 음악이라고 하며 음악 속에 세상의 비밀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연주하고, 노래하고, 듣고, 감상하며 음악이 끝난후 우리는 음악과는 다른 소리 또는 소리없는 세상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음악은 소리 없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음악의 정의에 벗어나는 것이리라. 음악을 들으며 느낀 흐린 날의 오후, 이 음악이 끝나면 산책을 나가야겠다. 산책 속에서 내일을, 우리의 인생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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