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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빗소리를 들으며 자다
깨어 보니 비가 멈추었다.
여름밤, 장마철이면 듣는 장맛비 소리.
마치 북을 치듯 양동이로 퍼부듯 쏟아지는 빗소리.
어김없이 찾아오는 장맛비는
이제 그 소리를 듣지 않으면 섭섭하다.
집안에서 듣는 폭우 소리 ,
빗줄기를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겨울에 첫눈이 오면 눈 구경을 하듯
창밖의 가로등 불빛 속으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구경한다.
“야~ 저 비 좀 봐!”
빗소리가 요란하면 나는 아내에게 말한다.
“비 구경하자!”
가로등이 보이는 뒷쪽 창가로 뛰어간다.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이 순간을 놓치면 아깝다는 듯이...
첫 눈이나 큰 눈이 온다면 모를까?
그렇지만 비구경을 하고 나면 마음이 시원해진다.
비 개인 아침. 난 동네 뒷 산에 올랐다.
오솔길을 걷는데 비가 또 내린다.
비를 맞지 않으려면 빨리 집으로 내려가야 할텐데...
난 가지 않은 오솔길을 더 걷고 싶었다.
우거진 숲속. 장맛비로 나무들은 젖어있다.
녹음 속의 푸른 공기는 내 머리를 맑게 해준다.
좀더 가자.. 비는 더욱 많이 내리기 시작한다.
이젠 가자. 잠깐,
이왕이면 내가 즐겨 걷는 경치 좋은 오솔길로…,뛴다.
아쉬움을 느낀다.
“비 맞을 각오가 안되어 있군!”
속으로 웃으며 집으로 내려간다.
흠뻑 젖은 머리와 옷. 그래도 좋다.
구경하던 비를 맞아 보니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어렸을 적엔 비도 많이 맞고 다녔지.
흠뻑 젖은 채로 개울을 걷기도 하고,
일부러 비를 맞으며 놀기도 했지..
비를 맞고 집으로 들어오니 아내가 웃는다.
“비맛이 어때?”
“비맛 좋아!”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