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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나는 나이를 먹고 있다시 2023. 11. 4. 18:30
가을이 되면
나무들도 우리처럼 머리가 희어져 간다
노란색, 갈색으로
나무들도 우리처럼 머리카락이 빠진다
하나, 둘 떨어진다
나무들도 우리처럼 머리숱이 적어진다
나목이 되어간다
그리하여
겨울이 오면 나무들은 벌거숭이가 된다
우리들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추위를 막는데
나무들은 외투도 없이 추운 겨울을 맞는다
그러나 나무들에겐 비밀이 있다
우리가 외투를 입을때 나무는 내피를 입는다
우리가 외피를 입고 나이를 먹을때
나무는 내피를 입고 나이테를 만든다
나무와 우리는 반대로 산다
봄이 되면 나무는 옷을 입기 시작하고 우리는 벗는다
가을이 오면 나무는 옷을 벗기 시작하고 우린 입는다
나무는 속으로 나이를 먹고
우린 겉으로 나이를 먹는다
나무는 움직임이 없다지만
조금은 움직인다
우린 많이 움직인다지만
우주에서 보면 나무와 별 차이없다
나무는 태양과 같다
나무주위엔 온갖 새들이 주위를 맴돌며 산다
우리는 새다
우리는 태양 주위를 돌며 산다
아무리 우주선을 타고 멀리 간다해도
우리는 나무 주위를 도는 새와 별 차이 없다
태양이 우리에게 생명의 주인이듯
나무도 새들의 주인인 것이다
나무와 나는 같이 나이를 먹는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나이를 먹는다
똑같이, 공평하게, 경쟁도 없이…
오늘도 나무와 나는
푸르게, 노랗게, 갈색으로, 회색으로,
흰색으로 나이를 먹고 있다반응형'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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