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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잎들과 헤어진다산책 2024. 11. 15. 11:57
나무 아래로 은행잎들이 노랗게 쌓였다.
비 온 후의 조용한 아침 길 산책하기엔 그만이다.
밤나무도 노랗고 밭에 호박꽃은 더 노랗다.
지금 우리 동네 가을길은 노란 세계다.
은행잎 떨어진 오솔길을 밟고 지나가면 노란색으로 눈이 부시다.
주변의 다른 나무들도 노란색을 띠어간다.
언덕길 오르는데 길 좌우에 낙엽이 수북하다.
이미 말라 버린 낙엽과 풀들, 계곡엔 푸른빛이 더 사라졌다.
나는 나의 산책 길로 올라간다. 몇몇 사람들이 지나가고 길옆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한담을 주고받고 있다.
나의 산책 길은 어제보다 더 고요하고 찬란하다.
떨어진 낙엽들은 수분을 먹고 조용히 잎을 떨어뜨리고 있다.
낙엽들은 어젯밤에 맞은 빗방울을 떨쳐 버리고 햇빛이 비치는 산등성이에서 하나 둘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려 한다.
아!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겨울의 눈처럼 떨어지고 있다. 갈색의 낙엽들이.
나의 종착역에 다다르면 바람소리, 새소리, 숲소리, 벌레들이 움직이는 소리. 이것들은 나의 친구들.
저 멀리 도심 해서 흘러나오는 소음, 차 소리, 대화 소리, 그 소리는 산속의 자유를 훼방하는 것 같다.
나의 목적지에서 내 뒤에 빨간 나무 한그루가 있음을 보았다. 무슨 나무일까?
가까이 다가가 유심히 쳐다본다.
진달래나무 같다.
누군가 노래하며 내려온다.
노래하며 걷기는 그냥 걷는 것보다는 더 활기차고 더 생명력이 있는 건강을 제공할 것이다.
나는 나의 목적지에서 한 바퀴 돌아 바위 두 개를 지나 다시 내려간다. 여기는 내가 정한 반환점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이것을 종종 찾아온다. 반환점을 지나 다시 내려간다. 함박눈처럼 낙엽들이 떨어진다.
조금 더가니 눈이 좀 줄어든 것처럼 잎들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낙엽을 스치는 나의 발자국 소리.
부스럭부스럭 노란 단풍잎들 위에서 소리를 낸다,
조금 더 가니 다시 함박눈이다. 어제는 보지 못했던 낙엽의 떨어짐.
비가 온 후여서 수분의 무게를 이길 수 없었나 보다.
그래, 그래서 나무는 잎들과 헤어진다.
나목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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