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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후 걷기
    산책 2024. 11. 12. 09:44

     
     
    늦은 오후 산책에 나섰다.
    길가에 서있는 노란 은행나무,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다소곳한 여인의 발걸음에서 가을의 향기를 느낀다.
    조그만 보상이 기다리는 나의 산책길에서 
    나는 산등성이에 비치는 햇빛의 불투명한 빛의 산란을 바라보고 있다.
     
    자동차 소음이 큰  길을 건너 나만이 가는 작은 언덕길.
    그곳의 느티나무 가로수가 나를 반긴다 .
    하지만 이제 단풍의 반은 떨어져있다. 
     
    그길을 지나 약간 왼쪽에 오솔길이 나있다. 
    여기서부터 흙길.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흙으로 만들어진 아늑한 산책길이다.
     
    그 흙길을 올라서면 멀리 억새가 보이고 가지만 남은 벚나무들이 보인다.
    이곳은 걷기 좋은 평지다.
    두어 바퀴 걸으며 사색하기 좋은 길이다. 
    저녁 해질 무렵, 노을속 빛의 움직임을 보며 걷는다.
     
    사람은 왜 흙을 좋아하는가?
    흙만이 주는 무언가가 있다.
    도로는 아스팔트, 시멘트로 단단해진 곳이다. 
    그곳은 소리의 반향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흙은 소리를 흡수한다. 
    가볍게 작은 돌소리만이 신발 밑에서 울려 나의 뇌로 속삭이듯 전달해준다.
    그래서 흙이좋다. 숲과 나무, 꽃, 풀, 모든것을 자라게하며 떨어진 것들을 받아들이며 혼합한후 다시 세상으로 돌려보낸다.
    흙의 윤회 !
    그것은 생명의 윤회다. 
     
    내가 즐겨 찾는 운동기구까지 왔다.
    무릎운동을 한다.
    ‘백번 하고 다시 한바퀴 돌아야지’ 하며 힘차게 발을 구른다.
    어제의 자전거 타기 보다는 조용한 사색이 있다 .
     
    멀리서 울리는 산사의 종소리. 종소리를 들으니  옛 어린 시절의 교회 종소리도 생각난다. 
    그 소리도 어렸을땐 들렸었는데 요즘은 교회가 너무 많아 소음이 되겠지? 그래서 울리지 않는거겠지.
    저녁의 종소리는 하루의 삶을 정리해 주는 것 같다.
    하루를 마치는 신의 시간. 우리는 거기에 맞춰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운동기구를 떠날때 양말을 벗었다.
    갑자기 맨발 걷기를 하고 싶었다.
    흙이 좋다고 하니 흙 을 느끼려고 맨발로 걷는다.
     
    황토흙이 있는 곳으로 갔다. 마른 길을 걷다가 끝나는 지점에 젖은 황톳길이 나온다. 
    젖은 흙을 밟으니 마치 밀가루 반죽을 밟는듯 부드러운 안정감을 준다. 
     
    걷자!
    맨발로 대지를 밟는다.
    대지는 차다. 가을 저녁 시간의 대지. 
    따뜻한 여름의 대지가 아니다.
    작은 돌이 발바닥을 찌른다. 아프다.
    그러나 대지가 나의 몸에 닿을때 무언가 아픔을 씻어주는것 같다.
     
    어스름 저녁노을이 비춰지고 이제 노을 반대편으로 달이 떠 올랐다.
    어두워진다. 이제 내려가야겠다 .
    삶의 규칙에 맞춰 집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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