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어둡다. 낮에 다니던 그 길로 가려니 어둡다. 산속 오솔길로 들어가지 못한다. 대신 가로등 있는 도로를 걷는다. 어두운 밤엔 모든 것이 가라앉아있다. 차만 없다면 동네 뒷길도 산책하기는 좋은 길이다. 바람한점 없는 어두운 밤. 모든 것은 정지되어 있고 카페 불빛만 비치고 있다. 낙엽도 잠들어있다. 아침의 햇살을 기다리면서 조용히 내가 가는 길목에 움직이지 않고 잠들어있다. 나는 아침에 걸었던 그 길을 생각한다. 거기에 흩날리던 낙엽들은 그 길에서 잠자고 있겠지. 내렸던 비 와 낙엽들은 밤사이에 더욱 침잠하고 있다. 밤이지만 구름은 하얗고 하늘은 푸르다. 나는 숲 언저리에서 걷고 있다. 하얀 구름 옆으로 달이 지나간다. 달무리가 불그스레 달 주위를 감싸고 있다. 나는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오는 동안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그저 조용했기 때문에 그것이 좋아 다시 돌아간다. 푸른 소나무, 노란 은행나무, 거의 다 잎이 떨어진 벚나무들이 길가에 공존한다. 길 가 언저리를 넘어 숲 속으로 조금 들어가 본다. 캄캄한 어두움. 나무들의 잠을 깨우지 말자. 내일 아침 그 초롱한 눈빛을 바라보기 위해 오늘밤 더 이상 들어가지 말자. 언저리에서 산속 깊은 곳을 바라보며 상상하자. 내일의 빛을 내일의 아름다움을 내일의 찬란함을 상상하자. 달이 구름 밖으로 나왔다. 아니 구름이 지나간 거지. 저 달은 이 밤을 비추기 위해 빛나고 있다. 산속에 나무들은 그 빛을 보고 모두들 꿈꾸고 있다. 어찌 이리 조용한가. 나의 밤이요. 나의 하늘이요. 나의 구름이요. 나의 걸음이요. 내일을 꿈꾸자. 활기차고 생동감 있는 나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