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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차다. 제일 많이 떨어진 영하 6°다. 오늘도 태양은 빛난다. 걷기로 했다.
제일 추운 날 나가는 것이다. 나는 아파트 뒤쪽을 한 바퀴 돌아 뒷문으로 나와서
내가 자주가는 오솔길로 들어선다. 장갑을 벗고 가다 보니 손이 시리다.
장갑을 껴야지. 옹달샘 나오는 곳으로 가니 더 차다. 태양이 비치는 곳을 나오니 따뜻하다. 태양의 위대함.
야채 가게도 썰렁하다. 나는 스틱을 폈다.
언덕을 오르는데 저 언덕 위쪽에 작은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백호다.
하얀 바탕에 검색 줄무늬가 그려져 있는데 호랑이 라면 하얀 호랑이일 것이다. 고양이다.
몸집이 큰 모양이 처음 보는 순간 나는 호랑이처럼 보였다. 호랑이가 있다. 백호다.
호랑이를 찍어보려고 했는데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 놓쳤다.
나의 호랑이 이 추운 날 무엇을 찾으러 나왔느냐? 먹이를 찾으러 나왔냐?
시베리아 아니 백두산 호랑이가 온 것 같았다. 백두산의 기개를 갖고 살아왔는데 그
래서 막을 수 없는 우리 민족의 기개가 거기서 나왔지. 우리 민족이 거뜬히 살아남았어.
나의 산책 길로 들어간다. 삼거리 를 지나 낙엽이 쌓인 길로 접어들었다.
며칠 전 왔던 그 길 보다 더 한산하다. 땅이 보이고 가지들과 나무 기둥들 사이로 하늘이 파랗게 보인다.
나는 또 숲 속에서 하나가 된다. 새들이 지저귄다.
추운 듯 소리가 작다. 짹짹, 삐삐~삐... 작은 목소리로 이 겨울에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먹이를 찾는 것일까? 또 멀리서 들린다. 새가 두 종류가 있는 거야.
또 다른새도 있다. 찌~이 찌~ 세 종류 다. 나는 새를 찾아본다. 나무 위를 쳐다본다.
거기 새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새는 보이지 않는다. 나뭇잎인지 새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아직도 굴참나무 나뭇잎이 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바위 언덕길을 올라 간다. 억새가 아직도 살아있다.
앞으로 더 추울런지 영하 10° 이하로 내려갈 수 있을는지. 추워도 나의 산책은 계속되어야지.
난 스틱을 나무기둥에 세워놓고 체조를 한다. 이름 모를 새가 노래한다. 겨울에도 예쁜 새들이 지저귀고 있다.
나의 반환점에서 체조를 하고 저 아래 오솔길 을바라 본다. 낙엽은 날라 갔고 그위로 흙이 보인다.
스틱을 땅에 짚을 때 딱딱한 소리가 난다. 땅도 얼었구나. 내가 가는 길에도 새가 운다.
삐삐삐, 삐~ 새는 보이지 않는다. 소리만 들릴 뿐이다.
이 소리 집안에서 들을 수 없다. 새는 나의 친구다.
나오면 나무에 앉아서 지저귀는 이 작은 새소리들, 이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산에서 새의 친구가 된 것이다.
이 지구가 탄생 할때 식물들은 어디서부터 출발했을까? 나무들, 뿌리들, 꽃들,
이것도 물속에서 출발했을까? 지구가 가스로 차 있었고 그 가스가 응축되며 물이 되어 떨어져
지구 표면을 적시고 물이 가득 차서 습지가 생기고 그 작은 이 생물들 미토콘드리아,
원핵생물, 진핵생물이 … 그리하여 식물과 동물이 생긴 것이겠지.
그것들이 풀이되고 나무가 되어 또 동물이 되어 지금 우리가 사는 곳에 있는 것 아닐까?
점점 생명의 시초가 알고 싶어 지는 것이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산속의 대화. 나는 나의 산책길을 내려와
왼쪽 길로 다시 간다. 걸음이 좀 부족하다고 느낀 것이다.
그 사람들은 남자들 세 명의 목소리였다. 그 다음으로 여자등산객이 내려온다.
모자도 쓰고 장갑도 끼고 있다.
“여기 봐 소나무가 쓰러졌네.”
지난번 눈에 …
“소나무가 그렇게 약한가?”
우리 동네 이 길에서 왼쪽으로 공원을 만드느라고 공사를 하고 있었다.
지금 올라가는데 포클레인으로 집을 부수는 소리가 난다. 우지직 우지직~
이쪽 산 기슭에는 무허가 집들이 많이 있었지. 이제 그 집들을 부수고 공원을 만드는 거야.
건물들을 정리하면 깨끗하고 좋은 산책길이 되겠지.
해가 따뜻하다.지금은 영하 5도이지만 바람이 없어 양지바른 곳은 춥지 않다.
나는 천천히 올라간다. 올라가다 보니 오디나무 열매처럼 보이는 열매가 달려있고
잎들이 많이 떨어져 있다. 나무 위를 쳐다보니 열매들이 달려 있다.
나뭇잎은 아직도 초록색을 유지하고 있다. 이나무는 상록수가 아닌 것 같은데…
초록색 잎들이 많이 매달려 있다. 그리고 작은 열매는 생김새가
오디 같기도 하나 자세히 보니 작은 솔방울 같기도 하다.
그 솔방울을 찍어보려고 몇번 촬영을 했는데 뚜렷하게 찍히지 않는다.
아래쪽으로 보니 솔방울이 부러져 떨어진 것이 있었다. 아니 그리고 또 나의 키만큼 되는 곳에
매달려 있지 않은가. 나는 그것을 찍었다. 뚜렷하게 가까이서 찍었다.
아, 그것은 오디가 아니었다. 멀리서 보면 오디같이 생겼지만 이 겨울에 오디가 있을리 있겠나.
가까이서 보니 정말 작은 솔방울 것처럼 생겼다. 나는 몇 컷 찍었다. 나는 알고싶어졌다.
집에와서 조사해 보니 그것은 사방오리나무였다.
그리고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초록빛 나뭇잎들도 찍었다.
아니, 이 겨울에도 초록 나뭇잎이 떨어지다니?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뭇잎 달린 나뭇가지들을 찍었다.
신기한 일이야. 이 영화의 날씨에도 아직 초록빛을 가지고 서 있는 나무가 있구나.
나는 태양 빛을 받으며 계속 올라갔다. 따뜻한 태양 빛이다.
요즘 내가 시간이 많아 아침 오후 아니면 밤에도 걷는다. 근데 아침 걸을 때가 제일 좋다.
맑은 날, 햇살 비치는 날 ,공기 좋은 날 걸어 보라.
새소리,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와 바람 소리, 청명한 공기.
겨울이라 해도 나무가 자기들끼리 서로 대화하는 것을 보면 온기가 느껴진다.
나는 저 멀리서 바다가 보이는 곳까지 왔다. 바다는 물이 들어 차있는 것 같다.
유리처럼 밝게 빛난다. 유리처럼 말이야. 이 태양을 보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얘기지.
젊은 시절 한참 일하던 시절에도 태양은 빛나고 있었지.그러나 우리는 가끔 새벽달을 보고 나와 저녁달을 보고 집으로 가곤 했었지.
노년이 돼서야 이렇게 태양이 아름다운가! 고마움을 느낀다.
그렇게 일만 하던 시절 우리 몸이 힘들어 했던시절도 있었지.
아내가 뭔가 정리를 하라고 한다. 시간 많을 때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리라는 거야.그동안 쌓여있던 것들을 말이야. 아니, 뭘 지금 그거를 정리를 해.
우리 죽으면 자식들이 다 알아서 하는 거지. 내가 할 것도 있겠지.
그러나 우리가 정리를 하다가 우리 역사를 알게 할 수 있는 기록도 좀 필요하겠지.
그래서 나는 책을 하나 써보기로 마음을 먹고 있다. 하나는 나의 자서전,
하나는 나의 걷기를 통해 나의 인생과 나의 사랑과 우정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어
산에 갔다 와서 쓴 시, 수필, 단상들이 담긴 책이지.
책으로 만들면 나의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나눠 주고 싶지. 자서전도 가족에게 보여 주고 싶은 거겠지.
그러나 그것에 집착은 하지 않는다. 단지 마음을 알려준다는 것이지. 마음을 준다.
불가에서는 일체유심조라고 했지. 그렇지 그것이 나의 마음이지 인간의 마음.
그 마음이 우주에 존재하는 마음이라지.
다시 왼쪽으로 틀어 언덕을 올라간다. 왜냐하면 그쪽은 해가 잘 비치는 남향 산등성이 거든.
나무 가지를 바라보고 태양을 만끽한다. 한참 가다 보니 또 오면 바위가 나온다.
비탈진 바위 난 그것을 더 천천히 조심스레 올라간다. 오랜만에 와본다.
스틱을 짚으며, 상쾌한 공기를 맞으며, 하늘에서 비치는 햇빛을 맞으며 걸었다.
새로운 세포들이 생겼다. 기억세포, 생각세포, 건강세포가 나를 감싸주고 있다.
사방오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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