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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도는 두번째이다. 작년 여름 휴가를 아내와 함께 무의도로 갔었다.
그때는 오늘 가지 않은 당산을 넘다 그만두고 하나개 해수욕장 근처의
산림욕장으로 갔던 기억이 난다.그곳도 참 좋았다. 하늘이 안보일 정도로 울창한 나무에 계곡의 물도 있는 아담한 산림욕장.
관광지로는 그만한 곳도 없을듯 싶다.
오늘 우리산악회는 무의도를 간다. 배를 타고 바다내음을 맡으며 산을 오르는 것이다.원래 계획은 설악산을 꿈꾸고 있었지만 5월 산행에서 회원님들의 의견이 이리로 모아진 것이다.
산행이라기 보다는 단체여행이다.
승합차 두대에 나누어 타고 바다로 산으로 떠나는 여름여행이라는 착각이 든다.
비가 온후의 아침, 영종대교를 지날때 바다가 보이니 더욱 신선하다.
9시. 무의도 잠진도 선착장으로 들어가는 길엔 이미 차량과 사람들로 줄을 잇고 있었다.현충일 휴일을 맞아 온 사람들이다. 우리는 배를 탄다. 배삯은 왕복 3000원이다.
두대의 차는 연육교가 끝나는 지점의 횟집에 맡겼다. 돌아오는 길에 여기서 한잔하기로 하고...
배에는 버스며 승합차 승용차가 가득하다.5분도 채 안되는 거리. 타자마자 배가 방향을 바꾸더니 바로 도착이다.
그래도 배를 타니 유람선을 탄 기분이다. 23명의 회원님들은 모두들 동심의 세계다.
팔짱도 끼고 사진도 찍고 갈매기를 보면서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행복의 웃음!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에 내리자 마자 우리는 샘꾸미 광명선착장으로 간다.그곳에서 부터 우린 산행을 시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호룡곡산을 먼저 오르고 다음 국사봉을
오른후 다시 이곳 큰무리 선착장으로 와 잠진도 횟집으로 귀환하는게 우리의 일정표다.
버스에 타니 자리가 없다. 23명의 우리회원이 가장 많다.버스가 출발하기 시작하고 20 여미터를 갔나?
어떤 사람이 바다를 보면서 무슨생각에 잠겨 있는데 ...
가만히 보니 김진성 회원이 아닌가?
내가 소리질렀다.
"스톱 ! 스톱 ! 한사람이 안탔어요!"
"우리 회원 한사람이 안탔어요"
"헤이! 진성 씨! 진성 씨! "
"이걸 타야되! 빨리오라구!"
진성씨는 놀란 모습으로 허겁지겁 버스를 탄다."허허! 이사람 산행코스를 설명할땐 어디 갔었나?"
"졸았군, 졸았어!"
"선생님이 얘기할 땐 잘들어야 공부를 잘하지!"
진성씨! 겸연쩍은 모습으로 허허허... 웃는다.
버스 창밖엔 팬션을 짓는 곳들이 눈에 들어오고 이미 지어진 곳도 꽤 보인다.국제공항 배후의 관광단지 조성으로 많이 들어서는것 같은데
자연경관을 해치는것 같아 보기에는 안좋은 느낌도 든다.
우리들은 샘꾸미 광명 선착장 근처의 호룡곡산 등산로 입구에 내린다.23명의 회원님들은 현충일 기념식을 여기서 하고 가자고 한다.
계획은 호룡곡산 정상에서 하려고 했으나 벌써 시간도 10시가 다 되었다.
그런데 깜빡하고 국기와 프랑카드를 차에 두고 오고 말았다!
"아이구 ! 세기씨! 차에 두고 그냥 왔구만! "
"나도 정신이 없었네 ! "
그런데, 잠시 옆을 바라보니 샘꾸미 선착장 앞 마을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질 않은가!현충일을 기념하는 태극기 같았다. 우리도 그것을 보고
"저기 태극기가 있어! 저걸 보며 현충일 기념식을 갖도록 합시다. "
단체사진을 찍고 , 우리는 국기에 대한 경례와 호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을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갖는다.김성권 대장의 구호는 우렁차다.
" 일동 차렷, 국기에 대하여 경례"
" 바로"
"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 ................"
식이 끝난후 우리는 몸을 푼다 .현선배의 시작으로 모두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가볍게 몸을 푼다.
산으로 오른다.한줄로 서서. 마치 보병소대의 행군같다.
산으로 들어서니 비가 온후의 산길은 깨끗하다. 해도 비추지 않고 등산하기엔 좋은 날씨다.
우리 산악회는 전후가 확연하게 갈린다.
앞은 현선배팀이고 後尾는 김선배팀이다.
산악대장은 언제나 후미에 서서 쳐진 회원을 독려하고 챙긴다.
나는 후미 조금 앞에서 간다.
후미엔 노장들이 많다. 박선배님 부부, 이선배님 부부, 김선배님, 오선배님 부부, 나,김성권 대장 그리고 종종 진세와 세기를 만난다.
김선배는 어제 술을 한모양이다.
구슬같은 육수가 흘러나오는데...
한시간 정도는 지나야 힘이 덜 들것이다.
앞엔 12명의 회원이 가고 있다.
호룡곡산을 거의 다 와가는데 새로운 사건이 터졌다.상원 후배로 부터 전화가 온다.
" 선배님 길을 잘못 든것 같아요! 호룡곡산으로 가려면 어느쪽으로 가야죠?"
" 전 지금 아래쪽으로 내려온것 같아요!"
나에게 수어차례 조난구호?를 요청하며 길을 묻는데
" 다시 원위치 해봐"
"리본이 달린 길로만 쭉 따라가라구 !"
호룡곡산에 다 왔으나 그때까지 정상원 동문은 올라오지 않는다.전화도 불통이다.
이사건이 오늘의 절정이다. 왜냐구요 ?
정상원 동문의 베낭엔 군침도는게 있었거든요!
그는 선두에 서서 제일 앞으로 갔었다고 하더군요.그의 베낭에 있는 그것을 같이 먹으려고 바짝 붙어간 선배들과 선두 GROUP회원님들은
그 별미를 산에서 맛보지 못했군요.
그게 뭐냐구요?
ㅎㅎㅎ ... 홍어회랍니다.코를 화~악 뚫어주는 홍어의 암모니아 가스 맛 ! 거기에 마늘과 상추 그리고 고추장 !
상상만해도 카 ~ 악 쏘는 그맛은 죽이는 맛이죠!
이걸 못먹고 국사봉을 지나 점심을 먹는 동안상원 후배는 아마 하나개 해수욕장 쪽으로 내려와 큰무리 선착장으로 혼자서 간것 같습니다.
나중에 상원 후배님이 길을 잃고 간 코스와 고행담,
그리고 나홀로 고독을 즐긴 산행기를 보고싶군요.
나는 마지막 교신을 하고 국사봉으로 올라갑니다."상원씨! 큰무리 선착장으로 갔으면 다시 국사봉으로 올라와!"
" 우린 거기서 점심을 먹을 거니까"
" 알았어요 내려가서 보고요"
.... 그후론 교신이 안되었다.
후미 회원님들은 호룡곡산을 오르고 거기서 백만호 선배님이 가져온 막걸리를 한잔한다.여성회원님들은 바다를 보며 감탄한다. 우리들도 바위위에서 무의도의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으며
안개낀 바다와 산을 감상한다. 잠시 쉰후 우리들은 국사봉으로 가는 계곡에서 구름다리를 건너고
국사봉을 오르는 입구에 다달아 이정표를 보게된다.
그곳은 널찍한 개활지다. 개활지에서 보는 국사봉 또한 멋있다.
국사봉을 오르는 길은 호룡곡산보다 험하다. 바위도 많고 가파르다.중턱에 오르니 이미 올랐던 호룡곡산의 정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안개 때문이다.
국사봉도 안개는 마찬가지지만 호룡곡산보다 가까워 정상은 좀더 잘보인다.
옅은 안개속의 국사봉! 중턱에서 보는 정상은 거대한 지리산 같다. 킬리만자로 같다.
국사봉은 호룡곡산보다는 낮지만 산세는 더 크다. 모양세가 육중하고 듬직하다.
좌측으론 하나개 해수욕장, 우측엔 나즈막한 산과 바다.
옆에 보이는 산등성이엔 커다란 바위들이 보이는데 그 위용이 대단하다.
안내문에 이런 글이 있다 " 국사봉은 서해의 알프스라 칭할 만큼 고래바위, 마당바위, 부처바위등
괴암절벽의 비경과 절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아주 오래전 나라의 큰일이 있을 때마다 국태민안을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는 전설이 있다. 등산로 남측 약 200m 되는 지점에 절터가 남아 있어
그 유래를 증명해주고 있다. "
우리는 국사봉에 올라 표석을 바로 세운다. 밑둥이 흔들리고 있었다.사진을 찍고 조금 내려가니 점심을 하기에 좋은 장소가 나온다.
이미 앞에간 선두그룹은 점심을 시작하고 있었다. 후미그룹도 배가 고프다. 우린 자리를 넓히고 앉아
막걸리에 칡소주. 그리고 상추에 마늘, 돼지고기, 계란말이, 통닭에 밥, 깁밥...과일. 진수성찬이다.
너도 나도 막걸리와 칡소주를 따르고 마시며 환담을 즐긴다.
식사 마지막의 체리가 후식으로는 최고의 맛이다. 박선배님이 가져온 체리는 상쾌한 맛이다.
단맛과 약간 쓰면서도 쌉쌀한 맛이 잘 어울린 과일이다.
영어로 Cool 하다고 하면 좋은 표현이 될것 같다.Cool & Fresh !!
오늘 등산의 맛이 이것일까?
Cool 하다.
우리들은 맛좋은 식사를 하고 다시 내려간다. 국사봉을 다 내려오니 또 개활지가 나오는데거기서 후미그룹은 다시 갈라진다. 박선배님 부부와 이선배님 형수님, 나, 이렇게 넷은 당산과
실미도 해수욕장으로 가는 숲길로 들어서고, 이선배님 , 김선배님 , 성권 산악대장, 진세 넷은
큰무리 선착장으로 가는 마을길로 간다.
김 선배님이 말한다.
" 제는 맨날 산으로만 끌고 들어 갈려고 해!"
나는 속으로 웃으며
" 산에 오면 산속을 걸어야지... 빠지기도 잘하셔"
헌데, 백선배님이 보이질 않는다.
하산후 들었는데 백선배님은 당산을 거쳐 큰무리 선착장으로 먼저 내려왔다고 하신다.
갈라진 후미그룹은 어디서 만날까요?
돌아가는 길에서 만나는데 한참 걸립니다.
후미그룹은 실미도 방향으로 가서 당산을 넘지 않고 큰무리 선착장으로 가는 길로 나온다.가다가 멋진 펜션도 보고 양파와 쭈꾸미 잡는 소라어망, 산초나무, 대나물, 처음보는 식물도 봅니다.
우측엔 갯펄이 보입니다. 저멀리에는 고깃배도 보이고..., 우리는 가다가 오선배님 부부를 만난다.
국사봉을 내려와 먼저 마을길로 들어선 산악대장과 김선배님, 이선배님, 김진세 동문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먼저 잠진도로 갔나봅니다.
우리는 전화로 앞그룹의 위치를 확인한다."어디에 있어요?"
상원씨가 대답한다.
"횟집 입니다."
우리는 앞그룹이 먼저 갔음을 알고 지금 들어온 배에 탑니다.
배를 타고 가는데 전화가 옵니다.
" 회장님! 어디야?"김 선배님 목소립니다.
" 지금 잠진도 횟집으로 가고 있는데요"
"우린 아직 안갔어. 큰무리 선착장이라구! 다시 돌아와! "
"뭣이라구? 아이구 참 ! 아직 안건너 갔잖아!"
"다시 돌아가긴 그렇구요, 출발전에 얘기한 최종 집결지 잠진도 횟집으로 오십시요"
여기서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다시 돌아오라는둥, 그냥 간다는둥...잠진도 횟집에 오니 백선배님이 이미 오셨고 우리 후미일행이 합류하니 7명 이다.
나머지 16명은 큰무리 선착장 어디에선가 모여 홍어와 소주를 들이키고 있었던 겁니다.
그쪽의 소리가 왁자지껄 하다.
나는 대장과 상원씨에게 전화를 건다."빨리 오시게! 여기서 마지막에 모이기로 했으니까. 여긴 식사도 못하고 기다리고 있네"
저쪽에선 회장이 안온다고 뿔이 난 모양이다.
취한김에 거기서 퍼진것 같은 분위기다.
전 화가 좀 났죠. 억양을 높이면서 큰무리쪽의 회원님들에게 빨리 오라고 하고백선배님과 박선배님과 형수님 세분과 함께 음식을 시켜 한잔합니다.
그러는 중에 바로 다음 배로 윤선배님이 혼자서 왔다.
" 어떻게 된겁니까? "
" 거기서 한잔들 하고 있어요 "
홍어회가 산아래서 사고를 쳤네요! ㅎㅎ
많은 사람들이 홍어회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요?그 맛 때문일까요?
산에서 먹는 바다음식이라서 그럴까요?
여하간 홍어회는 오늘산행의 사고뭉치?가 되었다고 해도 될것 같군요.길잃은 상원씨! 길잃은 홍어 !
호룡곡산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가 결국 산에서 먹히지 못하고 바닷가로 내려온 홍어!
홍어는 역시 바다가 좋은 가봅니다.
내고향에서 먹히리라!
선두와 중간 그룹16명은 윤선배님이 온후 다음 배로 왔습니다.우리들은 잠진도 횟집에 모여 노래와 춤과 함께 취기에 찬 즐거운 뒷풀이를 했죠.
이선배님이 말한다.
"아니 회장! 그래도 되는거야? 먼저 가도 되는거야?' 다시 돌아오면 안되냐구?" 화가 좀 나셨습니다.
그곳의 분위기가 정말 좋았나 봅니다.
홍어회도 남겨 놓았었다고 하는데 말이죠.
무의도 호룡곡산, 국사봉 산행에서 玉의 티는 후미그룹이 홍어회를 못먹은 겁니다.
그게 玉의 티 이군요!
다음 산행엔 산악부대장을 2명 두어야 할것 같군요.당일 산행그룹 대장 말입니다.
각대장들이 선두와 중간 그리고 후미그룹을 맡아 산행인원의 연결이 잘되도록 연락을 하며
산행을 해야 할것 같습니다.
오늘의 무의도 호룡곡산과 국사봉 산행은 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 선착장, 갯펄, 배!바다와 산 그리고 안개가 덮인 하늘과 함께 우리산악회원님들의 우정을 가슴에 담은
멋진 여행이었습니다.
잠진도 선착장 입구
잠진도 선착장
무의도. 앞에보이는 산이 호룡곡산과 국사봉
큰무리 선착장
큰무리 선착장에서 하나개 해수욕장,샘꾸미(소무의도)를 다니는 버스샘꾸미 호룡곡산 입구 마을. 현충일 국기가 계양되어 있었습니다.
虎龍谷山
國史峰,
하나개 해수욕장, 안개로 시야가 좀 흐렸다.
국사봉에서 큰무리 선착장으로 가는길의 예쁜 펜션들
갯벌 풍경
갯벌가에 있는 쭈꾸미를 잡는 소라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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