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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는 사방에
회색빛 수증기를 뿌려놓았다
나는 물안개 자욱한 숲속 길을 걷는다
잠시 언덕을 오르니
바람이 불어 온다
비가 오더라도
물안개 뿜어져 있더라도
바람은 그속에서 위안을 준다
안개속에 서있는 나와 나무들
말없이 물을 흠뻑 들이마신다
나무속에 내 몸속에 물이 흠뻑 젖어 있다
신비한 안개는 나를 둘러싸고 떠나질 않는다
이 안개속에서 삶의 무기를
소중히 케이스에 담아 들고나온 우리들
다들 열심히 살아야죠
다쳐도 다시 일어나야죠
우리는 삶의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음을 느낀다
열심히 살아야죠
죽을때까지
喪을 당해 머리에 리본을 꽂은
지나가던 여인도 이야기한다
열심히 사는게 당연하죠
우린 삶이 있으니까요
우리의 삶처럼
내 바로 앞에 보이는 나무들은
나를 바라보고 나도 나무를 바라볼 수 있으나
멀리 저멀리
물안개 속의 나무들은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나도 그들을 바라볼 수 없다
삶의 영혼만이 그곳에 있으려니 …
모두들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우리의 신비한 삶은
물안개처럼
내 앞에서 더욱 신비롭다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