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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행복하게 하는 소리
    산책 2024. 11. 21. 13:27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밖이 뿌옇다.

    거실 커튼 쪽으로 다가가서 커튼을  쳐 보니 저 멀리 아파트 능선이 안개가 끼인 것처럼 자욱하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많구나. 어제 뉴스 예보에 나왔었지. 바람이 자더니 미세먼지가 날아가지 않는 것이다.

    아침 산책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래도 나가 봐야지. 날씨는 포근한 편이다. 하늘도 맑다. 나는 밖으로 나왔다.

    한 달 두발 발걸음을 옮겨 나의 산책 길로 향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미세먼지도 그칠 거야.

    바람 없는 산자락에 나무들은 조용히 움직이지 않고 서서 있었다. 무엇이든지 잠든 것 같은 아침 풍경이다.

    나도 춥게 일어났지.  아침에 단잠을 잤지. 산 입구에 들어서니 새들이 지저귄다. 짹짹.. 지 지 지리 지리 지리… 삐약삐약.. 날씨가 따뜻하니 새들이 먹이를 잡는 모양이다. 산 입구 야채 좌판에 호박과 쪽파와 대파, 고추와 모르는 나물들이 있다.

    오늘 그 천막 안에 아무도 앉아 있지 않다. 매일  오는 그 할아버지 오늘 보이지 않는다. 벌써 왔다 가셨나?

    연로 하신 분인데 그분도 매일 산책을 한다. 어느 날은 부부와 같이 산책을 한다.

    걸음폭은 적지만 그래도 병아리가 가듯이 종종걸음으로 잘 걸으신다. 걸어야지. 걷는 게  건강이지.
    걷지 못하면 건강을 잃어버린 거야. 나도 한때 허리가 아파 잘 걸을 수 없었을 때가 있었지.

    그때 걸음을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나는 알게 되었지.
     
    마스크를 썼더니 답답하다. 잠시 마스크를 벗고 미세먼지를 만져봐 ? 미세먼지 좀 만져봐? 

    미세 먼지 좀  마셔 봐? ㅎㅎ 
    까만 고양이가 내 산책길 앞에서 나온다. 내가 코너를 도는 곳에 살고 있는 까만 고양이.

    어느 날 가만히 보니 누군가 고양이 먹이를 갖다 준다. 고양이가 많이 컸다.
    잘 생겼다. 올라 가는 나를 보면 인사를 한다.
     
    평소에 내가 가는 그 길을 가지 않고 반대편으로 방향을 돌렸다. 참 오랜만에 가는 길이다.

    맞은편에 어떤 남자가 내려오는데 길이 아닌 곳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길을 만드는 거지 . 정해진 게 없다.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거야.
    오랜만에 이 길에 들어섰더니 감회가 새롭다, 길에 나뭇잎이 많이 떨어졌구나.
    많이 떨어졌어. 산은 하루 잠시도 변하지 않을때가 없다. 점점  나무 가지와 기둥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남은 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까만 나무 기둥만이 육지를 받치고 서 있겠지.
    잎이 떨어지고 눈이 쌓이면 나무들은 거의 잠들겠지. 
     
    나는 또 그 고요한 잠 속에 있는 나무들을 깨우며 산길을 걸어갈 거야.
    몇 달이 지나면 많은 물이 흐르고 수액이 올라 나무들은 살이 찌고 잎을 내고 꽃을 피우겠지.

    지구의 순환, 우주의 순환. 순환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순환 안에 한 과정으로 우리는 순환한다.

    10일 이후면 우리 산우회에서 산행을 간다. 
    그때는  나뭇잎이 더 떨어져 있겠지. 쓸쓸한 가을에 따뜻한 니트를 입고 소주도 한잔 하고, 저녁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커피 한 잔을 놓고 즐거운 대화를 하고 가겠지. 산행은 과거에 걸었던 것의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 
     
    혼자 걸음은 사색하고 여럿이 걸음은 소통하는 것이다.  나는 매일 아침 나와서 소통한다. 산과 나와 햇빛과 공기와,

    바람과 새소리와 낙엽 떨어지는 소리와 사람들이 걷는 소리, 하다못해 미세먼지 와도 대화를 하는 것이다.
    점퍼가 좀 덥다. 자크를 내리고 언덕길을 올라간다. 사람 소리가 들린다.
    대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오늘은 나와 대화하고 있다. 나와 통화하고 있다.
    나와 소통하고 있다. 나와 과거, 현재 와 미래를 보며 소통 하고 있다.
     
    미세먼지면 어떠냐. 나무 사이에서 먼지는 걸러져 버린다. 나는 숲 속에서 걸러진 공기를 마시고 걸어간다.

    걸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걷지 못했던 시절. 
    그때 걷는 것에 소중함을 너무나 잘 알게 되었다. 삶을 느꼈다.

    걸음 속에서 걷지 못한 고통이 사랑을 넘어 너무나 아프게 남아 있기에 걸음 속에서 행복을 느꼈다. 
     마음을 다스리는 몸. 마음이 아무리 강 할지라도 몸의 고통 앞에  행복한 자는 없을 것이다.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그렇지만 다른 길이다. 말하자면 새끼 길이지.
    보기 좋은 길이다. 발자국이 많이 보이지 않는 길. 낙엽 쌓여있는 길. 사람이 간 흔적은 있다.   
    까마귀가 힘차게 소리 내더니 다른 나무로 날아가 버린다. 고놈 잘 생겼다.
    살이 포동포동하게 쪘다. 우리 산에 먹을 게 많은가 보다. 까마귀 소리 오랜만에 들어본다.

    여기는 까치가 많은 곳인데 가끔 까마귀도 보인다.
    산에는 새가 있다. 새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들이 산속에 있다. 낙엽 밟는 소리, 낙엽 떨어지는 소리,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

    바람에 흔들려 나무가 부딪치는 소리, 빗방울이 나무 위에 떨어지는 소리, 새소리, 흐르는 시냇물 소리,  흙을 밟는 소리.

    이것들이 나를 산속에서 즐겁게 하는 평화롭게 하는 소리다.

    그중에도 산길의 조용함, 고요함 이것은 더욱 나를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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