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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을 사랑한다
    산행단상 2024. 11. 22. 12:15

    오늘 새벽엔 잠자리에서 뒤척였다. 애들 생각이 나는 거야.
    그들이 하는 일이 잘 돼야 될 텐데… 잘 될 거야. 왜냐면 그 애들은 베테랑이니까. 
    오늘 기도만 할 뿐이야. 그들에게 맡기는 거지 철저히. 
    믿음으로 오직 축복만 기도 하는 거야. 
     
    아침에는 아내가 바쁘다. 어디 가야 하는데 갑자기 나갔다 다시 들어온다. 
    뭔가 빠트린 모양이다. 나보고 서류를 달려고 하며 차를 태워줄 수 있는지 묻는다.

    그럼 태워다 줘야지. 시간 맞추려면 되돌아온 만큼 빨리 가야지.
    난 아내를 태우다 준다. 
    아내는 “감사해요” 라고 말한다.
    감사는 무슨 남편 두었다 뭐 해. 이럴 때 써먹는 거지 ㅋㅋ 
     “알았어”
     
    아내를 내려놓고 난 산으로 간다. 그대로 산에 가려 했으나 아침 공복에 힘들 것 같았다. 공복엔 더 춥거든.

    오늘 날씨가 쌀쌀하다. 날씨는 쾌청한데 바람이 분다. 
    얼른 집에 들어가 우리 애견과 같이 아침을 먹어야지. 우리 애견은 사과와 고구마를 좋아한다.

    우리 식사에서 자주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우리 애견에게 자주 주곤 한다.
    식사를 하고 나는 밖으로 나온다, 하늘은 맑다. 구름 한 점 없다. 
    좀 쌀쌀 하지만 견딜만 하다. 아침 산책이 얼마나 내 머리를 맑게 하는가.  
    산책 길에 들어서니 산입구에 야채 자판이 보인다. 오늘은 보니 큰 배추가 보인다.
    배추도 있네~ 김장 배추 같아 보인다. 그리고 자주 나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네댓 명 앉아 계시다. 쌀쌀한 날씨에도 앉아서 담소를 즐긴다. 
     
    언덕길에 오르는데 어떤 여성이 노래를 부르면서 내려온다.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노래를 부르면 산책이 더 즐거울 거야. 그 뒤로 한 여성은 마스크를 안 썼는데  두 볼이 발그레하다.

    날씨가 쌀쌀한 거야. 이제 나무 가지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검은색 기둥이 쭉 쭉 뻗어 있다.

    낙엽들이 추운 날 내 얼굴 앞으로 떨어지고 있다.  
    하루 차이지만  오늘 낙엽이 더 수북이 쌓여 있다. 정말 낙엽 밟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낙엽! 그대는 이제 흙 속으로 들어간다. 하늘이 파랗다. 나만이 내 꿈을 꾸고 있다. 
    나무도 꿈을 꾸고 있다. 하얀 꿈, 한 겨울에 모든 것을 덮어 버리는 하얀 꽃!
    영원히 평등한 너와 나, 아름다운 누구나 깨끗한 너무나 평온한 하얀 눈.
    하얀 꿈을 꾸고 있다.
     
    나의 목적지 끝까지 가까이 왔다. 그런데 오늘은 좀 더 가고 싶다.
    나는 간다. 좀 더 간다. 좀 더 가기 위해서는 언덕을 넘어야 한다. 
    가기 전에 잠시 내 목적지에서 바위를 바라보고, 체조를 하고, 나무를 바라보고 억새를 바라보고,

    내 뒤에 진달래를 바라본다. 진달래가 많이 말라 있다. 
    붉은색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다, 이것도 어느 날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겠지.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나무 사이로 나뭇잎끼리 부딪히는 소리, 낙엽이 흩날리는 바람 소리,

    낙엽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저 멀리 도심의 차 소리가 들린다.  
    나는 다시 언덕을 올라간다. 언덕을 올라 큰 산 길이 나오면 나는 휘적휘적 가슴을 펴고 앞을 바라보며,

    허리를 펴고 힘차게 걸어 내려갈 것이다. 우리 자식들의 힘찬 발걸음을 기도 하면서, 하얀 눈을 상상하면서,

    올 겨울에 아름다운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나는 힘차게 내려갈 것이다. 
     
    오늘 움직이게 하는 그 힘이 누구의 힘이요 능력인가? 오직 감사하다. 내가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것,

    누구를 위하여 기도 할 수 있다는 것, 누구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봉사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나를 주신 그 위대한 살아계심이 아니겠는가! 감사하다. 
    언덕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아래쪽은 바람이 없다. 이쪽에도 낙엽이 수북하다.

    발바닥에 걸린 낙엽들의 소리 부스럭부스럭, 슥슥 ~. 느낄 수 있는 낙엽의 감각이다.

    아! 청명한 공기, 시원한 바람이여.

    우리 몸을 보호하는 따뜻한 니트를 입고 올 겨울 나는 우리들.

    건강하게 추억을 남기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한참을 가면 그동안 와보지 않았던  넓은 공터가 있다.

    여름엔 여기 앉아서 명상에 잠기기도 했고 한참을 멍하니 산 정상을 바라보기도 했고,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여기서 즐겼지. 이 가을에 다시 그곳을 찾으니 초록은 사라지고 갈색만이 남은 땅바닥.

    나무 가지에 한 삼분의 일쯤 잎들이 매달려 있다.

    저 산꼭대기의  단풍이 지나가버렸고 이제 산 정상에 나무들은 가지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아, 계절이야! 계절이야! 이제 눈 내리는 계절이 올 것이다.

    낙엽을 퍼 올리며 부스럭부스럭, 쓱 쓱 ~ 들려주는 이 소리에 나는 귀를 기울인다.
     
    잠시 벤치에 앉았다가 아래로 내려간다. 계곡처럼 생긴 길인데 여긴 바람이 없다.

    아침 산책에 최고의 길이다. 낙엽을 밟으며 계속 가고 있다. 아침에 즐거움의 탄성 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 아름다운 소리다. 까치 소리, 즐거운 사람들의 노랫소리, 대화소리.

    나는 새소리를 들으며 행복한 즐거움에 빠져 들었다.

    산속의 새소리는 정말 좋은 소리다. 내 앞에 앉아 있던 새들이 날아올라간다. 비둘기도 있다. 산 비둘기.
    다시 언덕이 나온다. 이 길로 들어서면 원래 등산길이다.

    지금까지 내가 온 길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샛길이다.
    샛길 끝자락에 다가오니 내가 자주 앉아 쉬던 휴게터 벤치가 나온다.
    나는 거기서 쉬려고 앉으려는데 작은 아들의 카톡 문자가 날라 왔다. 
    “형 생일 축하해 “ 동생의 축하 문자다. 
    응? 어제는 알고 있었는데 오늘은 깜빡 잊어버렸다. 
    나도 축하해 줘야지. 나는 축하 문자를 보낸다.
    “큰 아들 생일 축하해!!”
    어제는 기억했는데 오늘 아침 잠깐 깜빡했네~
    “사랑한다 아들아!”
    문자를 문자로 보내고 큰 산행길로 들어섰다. 오늘 사람들이 많다.
     
    오늘을 축복한다. 오늘을 사랑한다. 
    나무를 사랑한다. 낙엽을 사랑한다. 바람을 사랑하며 이 세상길과 나의 공기를 사랑한다. 모두를 사랑한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사랑한다. 내가 그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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