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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린 소나무들
    산행단상 2024. 12. 21. 15:01

    잘린 소나무들은 어디로 갈까?

    지난번 습설에 쓰러진 소나무들.  길을 막고 서서 우리를 돌아가게 했던 소나무들. 

    겨울에도 상록수로 우리에게 푸르름을 더해주던 소나무들 .

    4 계절 우리에게 피톤치드 파인향을 내뿜던 소나무들. 

     

    그중에 몇 그루들이  눈의 무게에 못 이겨 부려졌다. 

    우리를 가로막고 서서 자기의 아픔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지.

    나는 아파. 

    나는 아파. 

    쓰러져 있으면서도 우리에게 추록빛 향기를 내뿜던 소나무들. 

     

    이젠 그것을 치워 

    짧게 잘랐다. 쌓아놓은 소나무 덩이들. 

    어느 날 산책을 나와 그것을 발견한 나에게 이별을 말하고 있었다.

     

     

    나는 갈 거야.

    이젠 나의 향기를 맡을 수 없을 거야.

    잘린 소나무들은 곱게 쌓여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사진을 찍었다. 추운 겨울에 거기서 그림을 그릴 수는 없었다.

    몇 장을 찍어 놓고 저장해놓은 다음 집으로 와서는 그림을 그렸다.

    소나무들의 아픈 마음을 나는 되새겨 보는 것이다,

    이것들은 이제 생명을 다했구나. 

    자연의 괴력 앞에 푸르름을 자랑하던 상록수는 이제 초록을 잃고

    어디론가 가는구나. 

     

    땔감으로 쓰이겠지. 나무를 때는 곳으로 가겠지. 

    활 활 타서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은 불로 화하고 따스한 온기를

    누구에겐가  전하고 연기가 되어 먼지가 되어 다시 산으로 돌아가려나.

     

    소나무들은 아직 그곳에 있었다. 나는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같이 하고 싶다. 

    언제나 나의 산행길에서 상쾌한 향기를 전해주던 너. 

    이젠 나와의 이별을 고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구나.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그림을 그렸다. 

    한 사물이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많은 것들 중에 하나, 몇 개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저 지나가는 나무의 쓰러짐. 

    나와 별로 관계없어 보이는 자연현상 중 하나일 수도 있지만 

    소나무는 동물의 죽음과 달리 애처롭지도 않을 수 도 있지만 식물들의 생애도 동물과 마찬가지다. 

    오래 산다. 나무는 오래산다. 우리가 죽고 나서도 오래산다.

    오래 살아 우리의 삶에 영양을 공급하고 다른 식물들과 공생하고 다른 동물들과 공생한다.

    숲을 만들고 우리를 치유한다.

     

    나는 쓰러진 소나무들의 덩이를 몇 개 더 보았다. 

    많은 죽음을 본 것이다. 

    그것이 자연이다. 자연으로 일어난 죽음이다. 그러나 크게 보면 그것들이 우리의 생명을 유지한다. 

    땔감으로 사용되어 우리에게 온기를 주고 다른 식물들에게 생명을 키워준다. 

    자연의 일부로 역할을 하고 간 것이다. 

     

    쓰러진 소나무. 잘린 소나무. 

    나의 눈에 비친 그들의 전생애.

    그것은 그들에게 있어 삶의 일부였다. 그들이 뿌려놓은 지난봄의 씨앗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다시 살아 우리에게 삶을 준다. 

    자연은 우리에게도 그러한 순환을 준다. 

     

    단지 잘린 그 소나무들에게 먼저 가버리는 아쉬운 추억을 우리는 이야기할 뿐이다.

    그것을 기념하는 것이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지.

     

    나무도 동물도 나도 똑같이 이러한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잘린 소나무에 대하여 마음 아파하지 마라. 그들의 갈 곳을 상상하라. 

    그림으로써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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