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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그린 억새와 느티나무
    산책 2024. 12. 9. 20:22

     
    어젠 바람도 불고 쌀쌀한 날씨였다. 오후의 서해바다가 보인다.
    나는  스틱을 갖고 봉재산 억새밭으로 올라갔다. 거의 평지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그래도 언덕길은 있다. 
    약간 추운 날씨인데도 사람들은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발이 시리지도 않나?
     
    언덕에 올라서는 스틱을 접는다. 그리고 억새밭 주위를 걷다가 
    어디 그림그리기 좋은 장소가 없나? 하고 정자 주위를 기웃거린다. 
    지나가다가  처음 보는 정자로 들어갔다. 
    앞으로는 서해바다가 보이고 그 앞으로는 아파트들이 서있다. 
    그리고 그앞으로는 앙상한 벚나무들이 몇 그루 서있고 … 또 그 앞으로 다가올수록 황톳길이 나있다.
    주변엔 억새들이 많다. 
     
    나는 여기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해도 비치는 정자안에서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내 그림은 일종의 스케치다. 연필화이다.
    요즘 걷기를 하면서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내가 그린 장소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사진 보다 오래 남기 마련이다. 그림을 그릴 때 내 앞에 보이는 사물들에 대해 
    유심히 쳐다보고 그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 나무 앞에 무엇이 있었는지 억새밭 주변엔 무엇들이 놓여 있고 저 멀리에는 
    어떤 광경이 펼쳐져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사진은 순간 적이다. 자기 앞의 광경을 유심히 볼 수가 없다.
     찍어버리면 모두 그대로 담겨버리기 때문에 믿고 안심하고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기억에 잘 안 남는다. 나중에 보면 되지 뭐?
    그러나 잘 보지도 않을뿐더러  한참 뒤엔 지워버리게 된다. 그러나 그림은 다르다. 
    나중에 보아도 나의 느낌을 알 수가 있다. 
    이때 이것을 더 그릴걸 …
    이건 빼버릴걸,  이건 더 진하게, 더 옅게 …
    이런 감상을 하며 그곳을, 그 사물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
     
    나중에 나는 그림에 색채를 입혀볼  생각이다. 그러려면 큰 스케치 북을 준비해야겠지 
    물론 지금의 작은 노트에 그릴 수도 있지. 큰 스케치 북에는 물감을 사용할 수 있고,
    지금의 노트에는 색연필을 쓰면 되지 않겠나? 
    나는 스스로 진보? 진화?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웃음이 나온다. 
    즐거운 웃음, 무언가를 하면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발전하는 모습은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이다. 

     
    오늘은 걸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거리의 모습 몇 장.   
    그리고는 공원에 들렀다. 우리 동네에는 466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 
    나는 그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공원에 가니 아래로 경사진 곳에 계단이 있다.
    그곳에 서서 느티나무를 보았다. 그리기에 알맞은 장소였다.
    나무는 어느 곳에서 보아도 멋있었지만 약간 위에서 보며 그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는 계단에 깔판을 놓고 앉았다, 그림의 윤곽을 잡았다.
    내가 그리려는 나무를 중심에 놓고 나머지 계단, 그 옆의 단풍나무 울타리, 주변의 작은 나무들,
    그리고 땅바닥의 낙엽들 ….
     
    이것들의 그릴 공간을 대충 배분해놓고 나는 스케치를 했다.
    스케치가 거의 끝나고 나는 나무를 중심으로 명암을 살짝 넣고 
    울타리와 주변사물을 그려 넣었다 
    그림은 대강 완성되었다. 나는 몸이 썰렁해지는 것을 느꼈다.
    바로 일어나서 몸을 움직였다. 다시 집으로 향해 걸었다. 
     
    집에 돌아와 그림을 다시 보았다. 그림에 엉성한 부분과 세밀한 터치가 필요한 부분, 
    빠진 공간 등을 다시 보완했다. 그림이 거의 완성되었다.
    나는 사진을 찍고 저장해 놓는다.
    그리고 내일 나는 산우회 카톡에 올릴 것이다. 
    나의 걷기,
    새로운 취미,
    걷기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 
    봄이 되고 여름이 오면 더 멋진 산과 자연을 그릴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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