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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으면서 생각했다.
    산책 2024. 12. 16. 14:04

    1.3 키로를 걸었다. 집 밖으로 나오니 공기가 차다. 오늘 아침 내가 나온 그 시각 온도는 영도.
    처음엔 쌀쌀 하니 동네 한 바퀴만 걸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한참 걷다 보니까 슬슬 열이 오른다.
    걸어야 돼. 우리 동네 지나고  490년이 된 느티나무
    내가 그림을 그렸던 그곳으로 더 가자. 한 30분을 걸었다. 나무 있는 곳으로 왔다.
    느티나무 주변에 빨간 단풍나무 아직도 단풍나무는 색깔은 유지하고 있다. 해가 쨍하고 비치면서
    따스한 온기가 공원을 감싸고 있다. 옆에 정자가 있고 어린이  놀이터가 있고 공원 가운데
    빨간 단풍나무가 세그루 있다. 난 그 주변을 돌며 생각에 잠긴다. 
     
    오늘은 우리 자전거를 클럽에서 송년회를 한다고? 자전거를 2년 넘게 안타다가 허리가
    좀 나아지면서 혼자서 허리가 괜찮은지 테스트를 하러 나갔지. 내가 즐겨 찾던 자전 길로 말이야.
    탈만 했어. 안장에 앉아서 페달을 밟으면 살짝살짝 요추가 좌우로 근력운동이 되면서 다 타고나니까
    약간 힘이 생긴 것 같더라고. 허리를 받쳐주는 느낌이 있는 거야. 자전거타기는 허벅지 운동도 되지만
    허리 운동도 되는 구나. 그 이후로 일주일에 1번 정도는 자전거를 탔어. 그리고 내가 혼자 탈 때
    우리 클럽에게 사진을 올렸지.
    "3년 만이야 드디어 개시했어."
    클럽 후배들이  환영하면서 반가워했지.
    그리고 드디어 처음 라이딩을 나갔어. 처음에는 나는 승기천 자전거 길 정도만 탈 거야.
    그 이상은 무리일 것 같아. 그래서 10 km 정도 탔지. 근데 할만하더라고.
    오케이, 그래서 다음 라이딩에서는 더 연장했어. 15 키로, 20 키로, 20 키로 이상은 좀 무리인 것 같았어.
    그후 대공원에도 가고, 소래포구도 가고, 송도 한 바퀴도 돌고, 달빛 공원도 몇 바퀴 돌고
    그래서 나는 나의 다리와 허리를 강하게 만들어 갔어.
     
    오늘 아침 쌀쌀한 날씨에 조금만 걷기로 했지만 느티나무 공원까지 와서 단풍나무가 있는 공원 가운데를
    중심으로 계속 돌고 있었어. 한 1.5 km 걸었더니 다리도 풀리고 몸도 따뜻해 오는 거야.
    그래서 갈수록 더 가고 싶어 졌던 거지. 집에만 있으면 걷는다는 것에 대한 공포심, 귀찮음 이런 것이
    머리를 짓 누르지. 나오면  더 걷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는 거야. 햇빛을 바라보며, 나무를 바라보며,
    열매를 바라보며, 건물을 바라보며, 산 능선을 바라보며 걷고 있어. 다리와 허리와 몸에서 따스한 열기가
    나오고 있어. 아! 좋은 날씨야. 걷기를 우습게 보지 말자. 걷기 속에서 너의 활력이 나온다.
     
    공원에서 느티나무를 바라 보니 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의 모습이 나의 마음을 굳건하게 잡아 주는 것 같다.
    그날 몇 주 전 느티나무를 그렸었지. 거의 490 년이 된 느티나무기둥은 껍질이 반쯤 벗겨져 있다.
    큰 두 개 기둥이 있고 그 좌우로 일곱 개 정도 중간 가지가 뻗어 나와 있다. 그리고 그 중간 가지로부터
    잔가지들이 하늘을 향해 뻗쳐 있는데 그 여름에 빽빽한 나뭇잎들은 커다란 궁전 같은 나무였지.
    그 나무의 봄과 여름을 상상한다. 그때가 오면, 그때가 어느 때냐? 봄 여름 가을의 모습을 그려 보자.
    겨울에 모습, 내가 저번 주에 그렸잖아, 가지만 남았어도 육중한 기둥은 우리의 마음으로 든든하게
    만들어 준다. 자세히 보니 원 기둥 중간에 기둥이 세 개가 있다. 두 개의 기둥은 위로 붙었지만 가운데 한개
    기둥이 잘렸다. 얼른 봐서는 잘 안 보였는데 다시 보니 잘린 중간 기둥이 보인다. 나무는 둘레가 한 4, 5m 
    정도 되는 것처럼 보인다. 지름은 2m 정도. 구름이 해를 가렸다가  다시 또 지나간다.
     
    걸음으로써 과거를 보고, 내일을 보고, 지금을 정리 하게 된다. 과거의 침팬지, 호미닌,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에렉투스, 호모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사피엔스. 고 인류(네안데르탈인)와 초기 현생 인류의 두개골
    사진을 찍었다. 앞모습과 옆모습. 이것이  지금의 인류의 처음 모습이다. 인류의 모습이 거기에 있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있지만 그것은 아직도 남아 있고 또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진화한다. 어떻게 변할까? 문자도 변할 것이고, 몸도 많이 변화고, 이동수단도 많이 변할 것이다.
    우리의 걷는 모습도 바뀔까? 모르지 다리가 더 길어 질까? 허리가 더 두꺼워 질까? 모르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나에 따라 우리는 바뀐다. 우리 환경에 따라 선택이 이루어질 것이고
    그리해서 우리는 변한다. 다윈의 자연선택이 계속 일어날 것이고 더불어 우리가 만든 환경에 대한
    선택도 일어나지 않을까?
     
    3.3 km 5300보. 집에까진 약  8000보가 될것 같다. 큰길로 나갔다. 햇빛을 받으려고 큰길로 나간다. 
    햇볕, 햇볕! 건널목을 건너면 커피숍이 보인다. 집에서 커피를 한잔하고 나왔는데 또 커피 한 잔 하고 싶다.
    그 옆에 삼겹살집도 있고  치킨집도 있다. 아침에는 빵과 우유, 땅콩버터와 양상추 토마토 사과 고구마
    그리고 아몬드와 호두를 먹었다. 그런 것들 다 몸이 좋은 거지? 가끔 고기도 먹어야 한다.
    근력을 유지하여야 하는 데 필요하지. 근육을 줄게 하지 않으려면 고기도 먹어야 돼.
    오늘 저녁엔 물고기를 먹자. 자전거 클럽 회원들과 송년회에서 물고기를 먹자.
     
    물고기,  물! 이물은  바닷물이지. 바닷물! 바닷물 속! 생명의 시초가 발생한 곳이라고 어느 과학자가
    이야기했는데 그 생명의 시초가 살고 있는 바다의 친구들을 내가 먹는다. 결국 인간도 이곳에서부터
    출발했어. 이것이 바닷속이라 하면 나와 물고기는 같은 종족이야.  종종 먹는 거야.  뭐야 나는 나를
    먹는 거야? ㅎㅎㅎ 그래 내가 나를 먹자, 나도 단백질이고 나도 영양소가 듬뿍 담겨 있는 몸 아니냐.
    그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 내가 나를 먹는 거야. 먹지 못 하는 날까지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 생각을 하다 보니 나를 먹는 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진화, 그렇게 따지고 보면 전 생의 모든것도 결국 나가 아닌가. 건널목을 건넌다. 건널목의 초록색 불,
    십 초 남았다. 팔 초  6초. 3초…
    내가 나를 먹는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재밌다. 그래 오늘 저녁엔 나를 먹으러 가는 거야? 나를 초장에
    찍어서 상추쌈에 싸서 소주를 들이켜고 꼭꼭 씹어서 나의 위장 속으로 집어넣는 거야. 나는 소화되고
    어느 땐가 가루가 되어 먼지가 되어 물과 함께 바다로 또 흘러가잖아. 그러면 또 그 물고기란 놈이 나를
    먹는 거지. 이것이 이 지구의 법칙이고 우주의 법칙이고 그것이 신이 있다면 말이야. 신이 주신 이야기
    속에 다 들어가 있는 것 아니야. 그리 스로마신화나 인도 신화나 중국 신화나 한국신화나 다  하나다.
    우리가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거 아니야?
    우리 동네 길에  들어섰다. 걸으니 내 몸이 다 풀렸다. 11시 15분, 1시간 넘게 걸었지.
    걸음 속에서 생명의 탄생까지 생각해 보고, 지금의 날씨도 생각해 보고, 저 산 넘어 나뭇가지 들도 보고,
    나뭇가지 가운데까지 집도 보고.
     
    겨울이 되니까 까치집이 많이 보이네. 우리 동네 에서도 봤어. 최근엔 물까치 그림을 그렸지. 그 까만
    머리와 하늘빛 회색의 깃털까지 산뜻하고 멋쟁이 까치 사진이었지. 찍기 힘들었는데 나는 찍었어.
    그리고 그렸어. 아름다워. 애들이 얼마나 빠른지 인기척을 듣기만 하면 날아가 버리는 거야.
    저 창공으로 나뭇가지로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동분서주 바쁘게 움직이는 거야. 밖에 나오면 항상
    새소리를 들어 찍찍 찍찍 … 찌르르 삐삐 서로 다른 소리를 내지. 짹짹짹 찌르르 삐삐 ….. 
    저 애들도 익룡의 후손이라지. 그래 지금 나와있는 모든 생물들은 다 어느 생명체의 후손이야.
    그게 맞는 것이지? 왜 만든 것이냐?  진화가 되었던  갑자기 튀어나왔던, 무신론자가 됐든 유신론자가
    됐든 우리가 걸어간다. 새는 날아가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육지동물들은 내 발로 뛴다.
    물과 육지를 왔다 갔다 하며 살아가는 놈들도 있고… 모든 것들이 있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7500보 4.9 키로를 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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