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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를 보며
    산책 2024. 12. 23. 14:08

     
    어제보다는 덜 춥다. 나의 오솔길로 향하는 길에 고양이 몇 마리가 자기 집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한다. 어느 여인이 고양이 밥을 들고 그곳으로 왔다. 그 밥에 다른 고양이들이 와서 같이 먹는 모양이다. 저리 가! 저리 가! 하고  고양이들에게 말하는데  이놈들이 갔다가 또다시 온다. 이여인은 아마도 자기 고양이 에게만 밥을 주려고 하는 모양이다. 내가 한참 보다 그냥 지나쳤는데  좀 이따 보니 그 여인이  내가 가는 곳 근처에 있다. 밥을 주고 가는 모양이다. 다른  고양이들도 누군가 밥 주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흩어져 있던 고양이들이 여기저기서 모이는 거다. 그저 한 마리를 키우고 싶다면 데리고 가는 수밖에 없지.  야산에서 모인 고양이들이 다른 데 갈 때가 있겠나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양식이 있는데 안 올 수가 있나.
       사람들도 때로는 누가 준 선물인지도 모르면서 받을 때가 있다. 모임이라고 하는 곳에서 언젠가는 그 사람인지 누군지 알게 되지만. 그럴 때가 있다. 고양이도 마찬가지겠지 처음에 냄새를 맡고 왔다가 언젠가 양식을 주는 사람을 만나면 그 기척을 느끼고 알게 되는 거야. 그걸 모임이라고 하는데 그 모임을 통해서 알게 되는데 그것이 우리가 나누는 선물이기 때문이야. 인간의 유대감이나 고양이의 유대감이나 같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 이것은 일종의 선물이지. 선물을 주는 자와 선물을 받는 자, 그 선물 속에서  유대감을 느끼고 사랑을 느끼고 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거지.
       오솔길 아래 왼쪽으로 길이 나 있다. 영하 2도 정도 되지만 바람이 없으니 춥지 않다. 조금 더 아래에는 자그만 대나무가 녹색을 띠고 있다.  나머지 참나무들은 이제 다 낙엽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태양빛이 나를 향해 쏟아지고 있다. 오늘은 생각이 없다. 그저 걷는 거야. 내가 가던 오솔길로 돌아가지 않고 아래 길로 빠진다. 경사진 길이 어서 조심조심 내려간다. 쓰러진 나무들이 한 겨울에 썰렁하게 보인다. 그래도 큰 나무들 밑으로  습기가 생기고 다른 생물들을 키우는 부러진 나무. 아래로 지금 내려간다. 배드민턴장이 잘 정돈되어 있다. 말끔하게 단장해 놓았다. 이팝나무와 아카시아 나무 사이를 지나 도롱뇽 연못으로 간다. 이 겨울에도 도롱뇽은 잘 살고 있을까? 아직 다 얼지 않았다. 그 못의 안쪽을 쳐다보는데 돌은 보이지 않고  물방울만 볼록볼록 떠오른다. 낙엽에 가려져서 물속이 보이질 않는다. 연못가는 살짝 얼었다. 나는 그냥 간다. 나무들이 회색빛 옷을 입고 줄지어 서 있다. 
       동방박사들이 지금쯤 떠났을까? 예수님이 태어난 곳을 향해서 걸어가고 있겠지 반짝이는 별빛을 보며가고 있겠지. 나도 선물을 받았는데 그 선물을 또  누구에게 선물 하고 싶은데  언제 시간을 맞춰 선물을  하고 싶은 거야. 목적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목적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더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목적 없는 목적. 그것이 더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우리 동네 산 뒤편에 조그만 공원 한 바퀴를 돈다. 봄 같은 날씨다. 여기에 고양이가 두 마리가 보였다. 누군가 고양이집을 만들어 놓았다. 고양이가 날 보며 자기 얼굴을 몇번 친다. 인사하는 것일까? 동물의 세계 그것이 알고 싶다. 그들의 동작 그들의 소리들이 다 그들의 언어가 아닌가? 그게 말이 아닌가? 동물을 유심히 관찰하며 그들의 습성을 보고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 그것도 또 다른 세계를 바라보는 거야. 인간의 세계만이 아니라 우리가 보지 못한 그들의 세계를 보고 있는 거야. 한 바퀴 도는 데 고양이가 한 마리 더 나타났다. 세 마리 다. 검은색 두 마리와  갈색 한 마리. 검은색 두 마리는 사람으로 하면 이제 어린이처럼 보인다. 검은 고양이 두 마리는 서로 장난을 한다.  따뜻한 양지바른 곳에서 갈색 고양이와 두 마리 검은 고양이들이 서로 무언가를 찾으며 경쟁하듯 뛰고 있다. 서로 몸을 부대끼며 장난한다. 조금있으니 검은 고양이 두 마리는 둘이 붙어 다니는데  갈색 고양이는 혼자 있다. 검은 고양이 두 마리가 열심히 뛰어다닌다. 갈색 고양이는 따뜻한 햇빛을 받으면서 지붕에 앉아 있다. 그들은 서로 장난치며 재미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공원에서 서너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간다. 오늘 산에 올라올 때부터 고양이를 보더니 내려갈 때까지 고양이를 보고 간다. 바람은 없고 따뜻한 햇빛이 고양이들을 뛰게 하는 모양이다. 고양이의 세계, 동물의 세계, 저 부러진 참나무 기둥 밑에 있는 미생물의 세계를 알고 싶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은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발끈한다. 신화 같은 이야기에 믿음을 더 한 것. 아담의 갈비를 취해 이브가 만들어졌다고, 사람은 사람 대로 창조 되었다고, 그렇지 진화론에서는 과학적  조사 결과로 인간과 같은 영장류가 아래 단계로 가면서 또 다른 하나가 있었다는 것을 과학자들은 발견했고 과학적 근거를 무시할 수 없다. 인간은 탐색하고 분석하며 증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을 이루는 변화가 신적 인 거다. 신적인 것을 갖고 있으며 그 의심을 밝혀나가는 것이 인간의 모습이다.  
       나의 소나무,나의 소나무, 부러졌던 나의 소나무. 아침에 피톤치드 테르피넨을 주는 소나무. 나의 코를 찌른다. 나도 소로우처럼 한 1년 숲 속에서 살고 싶다. 외국 여행을 할까? 거대한 숲 속으로 들어갈까? 생각 중이야. 아니면 제주도로… 혼자 갈까? 여럿이서 갈까? 
       몇 보를 걸었을까?  만보계를 봐야지. 오늘은 날씨가 따뜻하다. 자전거를 타도 되겠다. 오후엔 점심 먹고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볼까? 나의 자전거 ,나의 자전거 ,나를 하늘로 띄우자. 띄워주는 나의 비행기. 그런데 나의 비행기 타이어에 바람이 빠졌어. 바람을 넣어야지. 내가 공기 중에 있기 위해서는 바람이 필요한 거야. 나의 바람. 공기, 공기, 그 공기가 없다면 우린 뜰 수 없는 거야. 하늘로 말이야, 대기 중으로 말이야. 발로 하늘로  뜨고 하늘에 떠서 바람을 맞는 즐거움. 즐거움이 없다면 사는 것이 아니다. 즐거워라, 즐거워라, 즐거워라, 즐거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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