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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함흥철수시 2023. 7. 17. 09:35
53년전 함흥철수 때 피란 나왔던 아주머니가 안보인다 요즘 외로우신가 친구가 생기셨나 만나면 함흥철수 때 배를 타던생각 미군이 나를 휙 던져 배 위로 올려주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는 아주머니 아버지가 준 니꾸사꾸(rucksack) 하나 메고 거제도에 가서 룩색을 열어보니 하나 가득 돈이더라 좋아라 살것만 같았는데 쓸 수 없는 북한돈이더라 아! 거제에서 부산 서울로 오기까지 얼마나 고생하며 살았나 남편이 가까운 곳 놔두고 강원도 요양원으로 가서 종종 떨어져 살았는데 어느날 돌아가시고 혼자 되었네 아들 둘 장가가 손주 낳고 잘 사는데 아주머니는 못마땅 하네 할배 왜 그리 먼곳 요양원을 갔나? 성격도 이상하지 어느날 먼 발치서 어주머니 보이는데 얼굴이 좀 빠지셨네 외로워 보이네 만나서 함흥철수 얘기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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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시)시 2023. 7. 15. 15:47
그림을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글을 쓰다가 이내 잠이 오는 밤. 잠을 자면 조용한 새벽에 나를 깨우는 이가 있을 것 같다. 밤새 하얀 눈이 내리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릴 것 같다. 저 멀리서 낙엽 구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한없이 걷던 산길에서, 나의 다리를 피곤케 했던 산길에서 연푸른 봄나무를 생각하고, 태풍에 흔들리는 우거진 나무들을 생각하고, 낙엽을 생각하고, 하얀 눈을 생각한다. 비와 바람과 안개와 뜨거운 태양 그리고 나무 사이로 보이는 고즈넉한 저녁의 붉은 노을을 뒤로 하고 피로한, 그러나 만족한 몸의 힘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가던 나만의 산길에서 나는 지리산 능선길과 제주의 올레길, 설악의 울산바위와 동해 바다를 기억한다. 그리고 잠을 자고 나면 그 뿌듯함 속에서 걷기의 충만감으로 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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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시 2023. 7. 13. 10:50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빛은 회색입니다. 조금 있으니 비가 옵니다. 운동하러 나가려고 했는데 나갈 수가 없습니다. 세찬 비입니다. 장맛비인데 세찹니다. 베란다의 유리창이 빗물로 유리처럼 되었습니다. 아직도 옵니다 빗줄기가 유리창 너머로 보입니다 옆 창가에서는 빗소리가 들립니다. 베란다 유리창은 TV화면이고 나의 책상옆 창문은 스피커입니다. 스피커에서 나는 빗소리는 큽니다. 세차게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차게 비가 내릴때 기도 했습니다 이비로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 물에 잠기지 않게 해주십시오 이비로 산이 무너져 내리지 않게 해주십시오 이비로 바위가 떨어져 지나가는 차들이 다치지 않게 해주십시오 이비로 홍수가 나서 많은 재물들이 침수 되지 않게 해주십시오 이비로 냇가나 강물이 넘쳐 농작물이나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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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시 2023. 7. 5. 09:22
아니 뭘 이렇게 큰 가방을 메고 다니세요? 물이에요. 이렇게 많이? 많이 걸으니 마셔야 되요 아 그러시구나! 걱정도 팔자야 아 ~ 예 ~ 전 걱정하는 사람이에요 무거워서 힘드시지 않을까 하고 … 전 매일 걱정해요 집에서도 밖에서도 걱정해주는 사람있으니 좋지요? 미소가 흘러나온다 작은거라도 걱정해 주니 좋다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걱정거리가 있나 삶이 다 걱정거리지 않나 바람이 불어 시원한데도 큰 걱정거리는 바람에 날아가지도 않고 시원하지도 않을 거다 그나마 작은 걱정거리니 시원하지 오늘따라 남걱정해주며 위로해주며 격려해주니 바람이 시원하다 걱정해 드릴께요 조심히 다니셔요 어제저녁 장맛비가 내리는데 직장으로 운전하고 가는 아들에게 비오니 천천히 운전해라 조심해서 가 !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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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놓여있네시 2023. 7. 1. 18:24
가다말고 쉬었다 잠시 쉬었다 이끼낀 나무기둥 너머로 짙푸른 동굴 오후의 뜨거운 태양은 너의 세계 나는 나의 세계가 따로 있어 뜨거움과 찬것의 세계 따로 떨어져 있는것 같았으나 오늘 지금 아까부터 한순간에 보여지는 생의 모든것 나와 너의 모습 잡을 수 없는 찰나의 순간 누구도 모르는 영원한 무지 그 가운데 놓여있는 바다여, 하늘이여, 땅이여, 허공이여,사랑이여 우린 쉬었다고 가다 말고 잠시 쉬었다고 하나 쉰것이 아니네 그 가운데 놓여있네 아무것도 모른채로 단지 사랑만으로 사랑으로 놓여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