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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까지도 비가 내렸다.
컴컴한 빛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던 어제밤과 새벽
바람도 불고 쌀쌀한 날씨로 바다위를 걷기엔 좋은 조건이 아니다.
" 우리 가지 말자! "
" 감기들겠다 "
이때 핸드폰에 문자가 들어온다.
기상악화로 걷기대회 행사가 대폭 축소되었다는 내용이다.
축소라?
하긴 하는 모양이구나
그러면서 가기를 포기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잠시후 하늘은 일기예보 보다 일찍 개이는것 같았다.
구름이 점차 사라지고 파란 하늘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햇빛이 창가에 훤히 비친다.
"야 ! 요즘 일기예보 정확해! "
그래도 비온후라 강풍이 예상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우리 옷좀 더가져 가자구 "
간단한 먹거리와 옷을 챙겨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탔다.
"야 ! 인천 지하철에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
엣날에 서울행 전철 밖에 없었던 시절 콩나물 전철로 출근하던 생각이 난다.
동막역에 도착하니 셔틀버스를 타려고 줄을 서있는 사람들이 동춘역까지 이어져있다.
그것도 두줄로 .. 버스는 계속 도착하나 줄어드는 속도가 느리다.
잠시 이선배님께 전화를 해본다.
" 나오셨어요?"
" 응 ! 지금 가고 있어 행사가 축소되어 핑크조도 주탑에서 돌아오는거야! 불루조와 같아!"
" 아! 그렇게 됐군요 . 잘다녀오세요."
바람이 많이 부니 대교완주 코스인 핑크 코스가 축소된 것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게중엔 행사운영요원에게 욕까지 하는 사람이 있다,
' 참 ! 한국 사람 성질 급해요! 못참아~...'
질서란 인내라는 생각이든다.
누군들 빨리 가고 싶지 않겠는가?
수십명의 눈이 보고 있는데도 강심장인 사람도 있다.
슬금 슬금 앞으로 끼고
어떤이는 갑자기 끼어들고 ..
또 어떤이는 줄서기에 무감각한지 그냥 막걸어서 몇사람 앞에 선다.
나도 성질이 났다.
" 여보세요 여기 보는 눈이 얼만데 그렇게 끼어드십니까?"
" 아니~ 여기 내가족이 있어서.."
자기가족은 뒤에서 잡아 끄는데 앞에 있는것처럼 말한다. 양심 불량이다.
그래도 뒤로 돌아가지않고 성질을 부린다.
" 허참 ! 마이동풍이군..."
그래도 다들 탔다.
한국사람 성질급하니 잘하는거 얼마나 많은가?
성질급하니 사전 행사고 뭐고 없다. 곧바로 인천대교로 올라가는 사람들도 많다.
행사장에 들어서니 어수선하다. 어젯밤 비로 준비한 물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망가지고 지저분했다.
볼거리도 없으니 우리도 어떤분이 찍어달라는 사진을 찍어주고 우리도 찍고 다리로 향했다.
사람이 많긴 많다.
다리를 걸으며 가만히 보니 블루코스니 엘로코스니 구분이 없다. 그냥 다 뒤섞이어 간다.
일찍 출발한 핑크조는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다.
한시간을 걸었을까? 산을 걷는것과는 다르게 다리도 더아프고 날씨는 맑아도 바다라서 그런지
바람도 불고 기온이 낮았다. 중간 중간 설치된 간이화장실엔 사람들이 장사진이다.
주탑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데 주탑으로 가는 다리는 경사가 져있다. 오르막길이다.
아래서 보는 인파들이 멋있다. 다리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꽉 메우고 올라가는 모습은
뭐라할까 마치 종교의식을 치루러 올라가는듯 하다.
마치 그곳에 신성한 보물이라도 보러가는듯 수많은 인파의 형형색색 옷색깔은 장관이다.
나도 서서히 오르막길로 접어들었다.
청량산에서 멀리 보던 대교와는 다른 맛이다.
주탑이 가까와 지면서 사람들은 사진을 많이 찍는다.
주탑을 배경으로 찍는 것이다.
나도 찍었다. 아내와 함께 일생에 단한번 있는 기념이 아닌가?
언제 바다위에서 이많은 사람들과 함께 걸어보겠는가?
주탑에 가까이오니 위용이 대단하다. 주탑을 잡아 당기고 있는 사장교의 쇠밧줄이 대단하다.
아내와 나는 밧줄을 세어본다.
" 저거 몇개나 될까? "
세기가 쉽지 않다. 세다보면 자꾸 밧줄을 박아놓은 위치가 겹쳐지면서 숫자가 혼동된다.
이땐 세는 속도를 빨리하는게 좋다.
" 26개". " 26개다!"
한쪽에 26개. 4방향에서 당기니까 104개. 와! 주탑이 2개이니 208개의 쇠밧줄이 당기고 있는것이다.
밧줄의 직경은 어림잡아 15센티 내지 20센티는 되는것 같았다.
"대단하다 ! 대단해! 다리를 세우는 기술이 대단해! "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개의 주탑을 지나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핑크코스는 영종도 까지 가는것이 아닌데.. 안전을 위해 나온 어느경찰의 이야기다.
"일부는 그냥 말을 안듣고 이선을 지나 영종도로 간사람들도 많아요."
영종도 쪽을 바라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공항쪽으로가는 다리를 걷고 있었다.
" 허참 ! 사람들 개척정신도 대단해!..."
주탑의 모습을 열심히 찍어본다.
인천항쪽과 청량산쪽을 바라다본다.
산에서만 바라다 보다 바다에서 바라다 보니 산의 모습이 아름답다.
차로 드라이브를 하면 나즈막한 청량산과 문학산의 모습이 상쾌함을 줄것 같다.
인천도 항구 이지만 산이 있어 좋다.
우리나라는 참 산이 많은 나라다.
주탑을 돌아 내려오니 버스가 두어대 사람을 태우고 간다.
우리도 마지막 버스를 타려고 뛰었다. 3시간 정도를 더걸으려 하니 다리가 불쌍했다.
" 저거 타자구 ! "
겨우 타니 만원 이다. " 더이상 못받아요! " 기사님의 말이다.
내려오는 도중 여러사람들이 태워 달라고 애원한다.
흐흐 ! 미안해라...
그래도 걸어야지 뭐! 걷기 대회니까!
느린것도 나쁘진 않다 .
급하고 빠른것이 전부는 아니다.
먼저간 사람은 버스를 못탄거 아닌가? 버스에서 바라다 보는 바다는 푸르렀다.
버스에서 바다를 보니 바다위에 떠있는것 같다. 만조라서 그런지 송도 까지 물이 꽉찼다.
행사장 앞에도 물이 다 들어와있다.
오후 햇빛이 바다위를 비추고 그위에 떠있는 배들과 섬들 !
산에서 보는 맛과는 다른 더 신선한 바다의 광경이다.
버스에서 내려 다시 1시간 남짓 걸었다. 4시간을 시멘트포장을 걸으니 다리와 허벅지도 아프다.
행사장에오니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고있었다.
기념 메달과 빵과 물을 준다고 한다.
빵과물은 어젯밤 강풍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못쓰게 되었다. 모자라는게 뻔한일.
메달이나 받아가자구 ..
경인방송에서 라디엔티어링용 라디오를 준다. 그걸 받으려고 또 줄을 서본다.
입장시에 하는 신종플루 소독도 공짜니? 해보려고 또 줄울선다.
흐흐! 공짜라면 줄 서는데는 엄청 빠르다. 신종플루 소독을 하고 나오면서 어떤 분이 말한다.
오른쪽에 오뎅과 토스트를 파는 포장마차가 보였는데
" 저기 오뎅도 준데요 ... !! 줄서세요! "
" 그래요 ! 야 ! 빨리 줄서자고... ! 하하하! 흐흐흐흐 ! "
한참을 그사람과 웃었다.
배도 고프고 해서 우린 청량산 목로주점으로 행했다.
동동주에 파전을 먹으며 ..
" 으 으!~ 동동주맛 최고다~! "
바다위의 바람을 맞으며 걸어본 인천대교
긴 대교위에서 하늘을 바라다보니 비행기가 인천공항으로 간다.
반짝이는 바다위에는 큰 배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큰바다로 나간다.
국제도시로 변모해가는 인천의 모습을 보면서
인천대교 걷기에 잘왔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언제 사장교 주탑이 있는 다리위에서 바다를 보며 많은 사람들과 사진을 찍으며 걸어볼수 있겠습니까?
멋진 추억을 남긴 걷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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