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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을 보며 걷다
    산행이야기 2011. 1. 8. 20:58

     

     

    오랜만에 눈을 보며 걸었다. 눈을 밟으며 조용한 오후를 걷는다. 응달진 계곡을 걸을땐 아이젠을 꼈다.

    뽀드득 뽀드득 얼은눈을 밟는 소리. 눈은 우리에게 하얀 세계로 안내하면서도 흐린오후에 우리를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세계에 나를 드러내놓고 걷다보면 나는 어느덧 산에 있는 나무들 바위들 눈길과 하늘과 태양을 바라다 보게되고

    세계를 하나로 묶어주고 하나로 넓혀주는 행복감에 젖어든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시간, 풍족한 만족감에 젖어들고 이미 나의 뇌는 맑아진다.

     

    걷다가 해가 지면 어둠이 내주위를 감싼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넓은 벌판에 눈이 쌓여있다.

    인적이 드문 길위에서 눈을 밟는 즐거움이 있다. 어느덧 다리의 피로가 나를 평온한 잠으로 빠져들게 한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꿈을 꾼다. 나를 벼랑끝에 몰아놓고 나를 도망자로 만드는 꿈.

    우리는 꿈속에서 인생을 바라본다. 아 !~ 이렇게 위험하고 공포스런 인생이라니.

    평소에 갖고 있는 마음이 꿈으로 나타난다는데 내가 갖고 있는 것이 이런 위험과 공포인가?

     

    그래서인가? 가만이 생각해보면 산행이 예전 같지 않다.

    자연의 느낌과 세계속의 나는 순수하게 하나로 동화되지 않고 있음을 느낀다.

    언제인가 내가 나를 찾는 모습, 내가되는 깨달음을  얻게되는 시간이 아니다. 

    다시한번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곳이 어디가 되었건  자신을 찾아가는 것들이라면 무엇이든 찾아가고 싶어진다.

     

    그래서 걷는것일까? 걷는 동안은 나를 바라다 볼 수 있다. 혼자가 좋을때는 여럿이 싫증날 때이다.

    여럿이 좋을 때는 혼자가 권태로울 때일 것이다. 혼자서는 겨울이 너무 쓸쓸하다  나무가 푸를때는 혼자서도 괜찮다.

    자연의 여러 모습들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울은 너무나 단조롭다 .

    나무잎은 없고 온통 가지뿐, 한종류의 나무로만 보일뿐이다. 회색빛 하늘, 검은색 나무들, 단조로운 그림에 가끔 외롭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겨울산은 몇명이서 같이 걷는것이 좋은 것 같다. 겨울산을 같이 걷다보면 우선 체온을 느낀다. 같이 가다보면 훈훈한 입김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온기가 있는 것이다. 대화를 하다보면 온기를 느낀다.  휴게터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들과 같이 서있다가 우리의 온기를 나누어 주기도 한다.

    그들의 온기가 우리에게 다가 올때 우린 더욱 훈훈함을 느낀다.

     

    요즘은 작은산이라도 많은 이들이 걷기를 즐긴다. 혼자서 여럿이서... 노인이 많아지는 우리세대에는 걷기를 하는 노인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걷기를 통해 다리의 근력을 유지하고 심폐기능을 강화시킨다. 그리고 우리는 더욱 많은 사색을 하게된다. 삶, 사회, 사건, 역사, 우주, 지금의 일 ...

    그모든 것들을  하나로 동화시켜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작업. 그것이 휴일을 통해 얻는 소중한 삶의 자산이다.

     

    걷기는 단지 걷는것으로 몸의 에너지만을 얻는것은 아니다. 걸음으로서 정신적인 충만감으로 가득찬다.

    걷기를 통한 글쓰기는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는 새로운 통로가 되어주고 뇌를 즐겁게하는 생각의 정리, 그리고 사유의 율동감을 주고 있음을 느낀다.

    동네 작은 골목이라도 작은산 오솔길이라도 걸어가다보면 조금이라도 자유로운 생각에 빠져들고 정리하는 단순성이 생기게된다. 뇌의 정열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복잡하게 엉키어 있던 뇌의 회로들이 모두 뚫리며 시원하게 교통정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긴시간을 걸을때 우리는 더많은 충만감을 얻지만 가끔 잠시 어떤일을 하다가 머리를 식히러 나갈때에도 잠시나마 자유로움을 느낄때가 있다.

    일상에서 무언가 한가지 일에 지쳐있을때 걷기는 참으로 유익한 운동이다. 등산, 산행, 트래킹, 하이킹, 산책.....

    짧은걸음에서  긴걸음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맞는 걷기를 하다보면 우리에게 오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걸을때만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선물 일것이다.

     

    내일도 걸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 그런 시간이 주어지면 좋겠다.

    다음 주를 기다린다. 가까운 산으로 먼산으로 동네로 마을로 골목으로 오솔길로 ......

    가능하면 소음과 매연이 없는 조용하고 공기가 좋은 자연을 찾아 걷는 것이 좋으리라 .

     

    3년전 김포 문수산 아래 너른 들판을 걸을때가 생각난다. 생각해 보면 그때가 참 좋았다. 올봄엔 그곳을 또 가야겠다. 너른 들판을 가로 질러 야산을 걸을때

    우리는 나그네가 된다. 낭만이 가득한 방랑자가 된다.  음악을 넣어 카페에 사진과 글을  올린적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것을 보면 참으로 좋은 때였다.

    나이가 들수록  자꾸 자연이 좋아진다. 문명의 이기에 너무 가까이 하고 싶지가 않다. 왜그럴까?

    자연이 주는 충만감이 다른 어떤것보다도 행복함을 맛보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린 자연으로 돌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눈을 보며 걷던 어제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눈위를 걷고

    산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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