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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쓸 모가 있는거야생활단상 2024. 11. 24. 12:17
이세상에 버릴 것은 없다.
내가 쓰려고 주웠다가 그다지 쓸기회가 없어 방치한 것이 남에겐 쓸모가 있었다.
어느날 누가 공원에 버린 고장난 카트를 치우지 않길래 내가 주워다 아파트 옥상에 갖다 놓았다.
많은 쓰레기를 버리는데 애를 먹은 적이 있어, 이거면 잡쓰레들을 담아 한꺼번에 버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다지 쓰레기가 나오질 않는다.
가끔 운동하러 옥상에 올라가 그 카트를 보는데,
저놈 별 쓸모가 없네 ?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 참 내가 쓰려고 했는데 그다지 쓸 기회가 생기질 않네 ?
그렇게 한동안 덩그러니 옥상 한 구석에 버려져 있었다.
음 ~ 저걸 또 갖다 버리려니 일이 되겠군.
아냐 그래도 한번은 쓸 때가 있을 거야...
잡 쓰레기가 많이 나오면 한번 저기다 담아 버려야지 ....하며 그놈을 쳐다보곤 했는데,
어느날 이웃집에서 생선을 말리고 있었다.
서너 층으로 된 망사같은 바구니에 층별로 생선을 넣어 햇볕에 말리는 것이었다.
생선을 말려 먹으면 쫄깃한 게 맛이 있죠. 겨울 찬바람 과 햇볕에 건조된 명태덕장의 북어 맛이 생각 난다.
이웃집 생선도 그렇게 말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명태는 아니었다. 아마 박대 인것 같다.
그런데 오늘 아침 올라가 체조를 하는데 망사 안에 같혀있던 박대가 없어졌다.
갖고 들어 가셨나?
잠깐 눈을 돌려 옆을 보니 한 구석에서 그걸 볼 수가 있었다. 그 박대가 카트 속에 들어가 있었다.
흐ㅡ흐 이 카트가 쓸 때가 있구나 !
박대 주인은 망사 속에 있던 박대를 꺼내어 카트 속에 담아 두었던 것이다.
음 ? 저걸 왜 저기에 두었을까? 응달진 곳에서 더 말리려는 것일까? 아님 그곳에 담아서 이동시키려고 한걸까?
이런 의문이 들었지만 나는 그것 보다는 응~ ! 이제야 저 카트를 쓸 곳이 있다는 데에 기분이 좋았다.
하 참 ! 하찮은 고장난 카트도 쓸데가 있네.
누군가 써주니 얼마나 좋은가! 하는 생각이 들며 내마음에 남아있던 카트에 대한 미안함이 한방에 날라가는 것 같았습니다.
흐흐... 그래 이 세상에 쓸모 없는 것은 없어 ...
누군가 쓸모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있게 되는거지.
이런 생각이 들며 옥상에서 체조를 마치고 들어왔다.
아내에게
"여보 그 카트 임자 만났어,옆집에서 생선 말리는데 쓰고 있어 ㅋㅋ"
나는 기분이 좋아 아내에게 자랑하듯 말한다.
처음에 그걸 갖다 놓을 때 아내에게 판잔을 들었기 때문이다.
" 그건 왜 갖고와 짐 되게, 그것도 쓰레기야 ...!"
"응? 아냐 내가 쓰레기 많을때 한꺼번에 버리려고 그래 ~.."
"아니 ~그때 그때 버리면 되지 !"
아내에게 혼 났었는데
오늘 임자 만나 카트가 쓰이는 걸 보고
"다 쓸 모가 있는거야" 하며 속으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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