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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가 달렸다.
6월초 산책을 나갔다가
맑고 빛나는 햇살아래
하얗게 피어난 꽃들.
많은 꽃들이 하늘을 향하질 않고
나뭇잎 아래로
땅을 바라보며 피어나 있다.
꽃이 무거워서일까?
저건 무슨꽃일까?
7월 어느날
혼자서 산책을 나갔다.
마침 그곳을 지나다
그 꽃이 생각났다.
나무는 그대로 싱싱한 잎사귀를 피우고 있었고
나무는 나를 반갑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 어 그때 그나무 아냐 ? "
그때 꽃이 참 예쁘게 피어 있었는데
밝은 햇살아래로
꽃등을 보이며
시원한 나무잎 그늘 아래로
꽃이 만개했던 그나무!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꽃이 달려있던 곳에 열매가 달려있다.
복숭아처럼 보송한 껍질을 가진
연푸른빛의 열매가 익기 시작하고 있었다.
카메라가 없는것이 아쉬웠다.
그렇지만 나는 알게되었다.
열매를 보니 이나무가 쪽동백나무라는 것을
음! ~
이나무가 쪽동백나무로 구나 !
언젠가?
지난해인가?
여름에 청량산 찻집에서 팽이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를 찍어 어느 문학 카페에
올린적이 있었는데
그땐 꽃을 못 보았지.....
종종 혼자서 산행을 한다.
자주 가는 산에서 보는 나무와 풀과 숲과의 대화
누구와 동행할때 보다 훨씬 자유롭다.
훨씬 무한하다.
동행자와의 대화는 어딘가에 얽혀있다.
무언가에 매어져 마음대로 벗어날 수가 없다.
동행자와 같이 가는동안에는
더많은 대화를 하고싶은 숲과 나무들, 풀들이
그리고 동물들이 우리가 그냥 지나가는것을 아쉬워하고 있음을 느낀다.
자연과의 대화는 사람과의 대화보다
얼마나 자유로운지 모른다.
그들과의 대화는 한계가 없다.
수십번 수백번 같은 길을 가도
그들은 언제나 같은 대화가 아니다.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고있다.
듣지못했던 이야기를 던지는 그들의 표정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부드럽고 화기애애하다.
그들과의 대화를 하다보면 그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가게된다.
토끼와 청솔모 그리고 다람쥐
그들은 우리가 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태평스럽게 낮잠을 자고 우리곁으로 온다.
산까치와 이름모를 새들의 노래소리...
그들은 내가 지날때 지저귄다.
수많은 이야기를 던진다.
혼자서 가는 산행길에선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줄 수 있다.
그리고 나의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혼자 걷는 산행길
동행자와 가다가 잃어버렸던
자연들과의 인사와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덧 해가 진다.
물을 마시고
잠시 속을 채우고나면
나무들은 풀들은 다람쥐와 청솔모 그리고 토끼
산까치와 이름모를 새들은
미소짓는다.
" 다시오면 그때 그나무의 열매를 알게 될거예요 "
혼자걷는 산행길
무한한 대화
그 즐거움을 가르쳐주는것은
자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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