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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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은 산길산책 2024. 11. 9. 22:30
작은 오솔길엔 굴참나무 낙엽이 많다.녹색 잎과 공존하지만 이미 단풍 든 잎들이 많이 떨어져 오솔길이 낙엽으로 풍성하다.사람이 다니지 않는 작은 길.여기서 가을을 볼 수 있다. 큰길로 나서려다가 다시 돌아와 낙엽들을 찍어본다. 팥배나무잎은 진한 갈색으로 타는듯하다. 팥배나무 군락지라고 해야할까? 열댓 그루에서 발산하는 노란 갈색의 나무를 보고 있다고흐의 색 같다. 생강나무잎은 노랗다.단풍나무가 없어 빨간색은 없지만 노란색 갈색 초록색으로물든 청량산의 가을은 이렇게 물들어 있다. 언덕을 넘어 평지길 숲에 펼쳐진 가을색을 만끽한다. 반환점에서 쉬고 있는데 새들이 노래방을 차렸다. 너도나도 부르겠다고 난리다. 무슨 새? 딱새인가? 멧새? 노래자랑이 끝날즈음 나는 일어선다. 오늘의 반환점을 돌아간다.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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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벚나무 낙엽이…산책 2024. 10. 1. 11:37
오늘은 아침산책에 나섰다 어젯밤 비가 와서 길거리는 젖어있다 하늘은 아직 회색빛, 바람이 불어 시원한게 걷기 딱 좋은 날씨다 오늘은 언덕길을 피해 평탄한 길로 걷는다 신축 아파트옆으로 길이 완만하다 아파트에서 오르는 계단도 새로 만들어놓았다 아침엔 언덕길보다는 이 길이 더 좋다 처음엔 워밍업으로 반 시간 정도 걷는다 한 삼십 분 걸으면 휴게터 평상이 보인다 나는 종종 거기에 앉아 집을 나올 때부터 느낀 기분을 기억해 두었다가 글을 쓰곤 한다. 시도 좋고 산문도 좋다 나의 정서 나의 느낌 이걸 글로 옮기면 나는 글짓기 삼매에 빠진다고 해야 할까 오늘의 정서는 평온함, 한적함이다 가을이 오는 바람 소리 반소매 셔츠가 조금 서늘할 정도의 바람이 뒤에서 불어온다 산길 양쪽엔 벚나무 노란 잎들이 벌써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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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날의 음악산책 2023. 10. 12. 16:42
색소폰 소리가 내 귀에 젖어든다. 흐린 일요일 오후 교회를 갔다 와서 점심을 먹고 잠시 음악을 듣는다. 찬송과 교향악... 오랜만의 음악소리에 조용한 만족감이 평온하게 내 곁으로 다가온다. 음악과 함께 멋진 산등성이를 오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나가볼까? 읽을 책도 있는데... 아무래도 음악과 함께 책을 보는게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갑자기 음악과 길을 생각해 본다. 도심과 산길이 가까이 있는 곳. 도심의 깨끗한 길… 농촌길, 바닷길.... 오솔길... 음악이 길들의 모습을 그려준다면 더없이 좋은 산책길이 될 것이다. 음악을 듣는다 .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미완성 제1악장을 듣고 있다. 바닷가를 걷는 느낌이다. 잠시 거친 파도가 몰려오다가.. 넓은 벌판으로 올라와서는 신나게 벌판을 달려 나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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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나무들산책 2023. 10. 2. 11:42
이젠 나뭇잎들이 선정상을 가릴듯 하다 하얀색 꽃, 옅은 갈색의 새순 주위에 파란 작은 잎들은 황량했던 겨울의 황토를 가리워 간다 아 ! 얼마나 기다렸던 푸른빛 인가 태아의 손이 이제 제모양을 드러내는구나 아장아장 걷는 모습은 어제이고 오늘은 잘도 걷는다 해마다 뛰어가던 날을 기억하며 그날을 고대하던 우리들 이제 눈앞에 상상하던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삶의 여정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마음껏 상상하라 뜨거운 태양을 태양아래 펼쳐진 녹음의 향연을 산소로 가득찬 푸르른 숲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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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구경산책 2023. 8. 26. 13:48
밤새도록 빗소리를 들으며 자다 깨어 보니 비가 멈추었다. 여름밤, 장마철이면 듣는 장맛비 소리. 마치 북을 치듯 양동이로 퍼부듯 쏟아지는 빗소리. 어김없이 찾아오는 장맛비는 이제 그 소리를 듣지 않으면 섭섭하다. 집안에서 듣는 폭우 소리 , 빗줄기를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겨울에 첫눈이 오면 눈 구경을 하듯 창밖의 가로등 불빛 속으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구경한다. “야~ 저 비 좀 봐!” 빗소리가 요란하면 나는 아내에게 말한다. “비 구경하자!” 가로등이 보이는 뒷쪽 창가로 뛰어간다.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이 순간을 놓치면 아깝다는 듯이... 첫 눈이나 큰 눈이 온다면 모를까? 그렇지만 비구경을 하고 나면 마음이 시원해진다. 비 개인 아침. 난 동네 뒷 산에 올랐다. 오솔길을 걷는데 비가 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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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산책 2023. 8. 5. 10:10
산비탈을 오르다 태양이 중천에 가까워질때 한겨울 군고구마를 입에 넣다가 앗! 뜨거! 소리내며 먹던 그 뜨거움이 내 목으로 떨어지는 물방울로 변한다 온갖 새들이 쉴 새 없이 일하다 태양을 피해 잠시 쉼표를 찍을때 나도 산중턱 휴게 벤치에 앉으니 그늘은 눈 내리는 겨울에 외투속으로 스며든 바람 같다 이 느낌, 이대로 그냥 가져가면 좋을텐데 삶은 그렇지 않아 동물들은 다시 땀흘리며 먹이를 찾는다 나도 다시 일어나 걸어간다 굴곡진 길을 걸어간다 무념으로 걸어간다. 이때, 내 등뒤의 땀은 한줄기 폭포가 되고 이마의 땀은 맑은 이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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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노래산책 2023. 8. 4. 09:09
매미가 허물을 벗었다 육체는 여기 남아 있으나 영혼은 저 나무위에서 노래하고 있다 한참 왕성했던 젊음으로 절정을 치닫던 매미의 소리 이제 그 젊음도 힘이 빠진듯 연약하면서도 은근한 황혼의 음성을 듣는 듯하다 가까이서 노래하는 매미의 목소리는 나의 황혼을 무지개 빛으로 물들이며 지나간 청춘과 애증을 모두 녹이는 추억의 노래로 들린다 나무 기둥에 붙어있는 허물은 이승에 두고 영원한 저승의 메아리가 될 나무위에서 환생의 꿈을 꾸고 있으려나 모든 허물을 버린 매미의 목소리는 애달프다 못해 슬픔으로 채워져 있지만 이제 그 소리는 서로를 사랑하는 우주의 목소리가 되어간다 그리하여 환생하는 그날까지 기다리자고 잘가라고 조용히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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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산책 2023. 7. 27. 11:58
장마가 지나고 뜨거운 태양빛이 나무잎 그림자 사이로 강열하게 내리 쪼이고 있다 나무숲에서 매미가 운다 운다고 해야하나 ? 노래한다고 해야하나? 마치 파도가 물결 치듯이 소리를 내고 있다 목이 터져라 소리지른다 나에게는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 얼마 안 남은 생을 마감하기 전에 자기들의 영혼을 세상에 상속시키기라도 하듯 자기의 모든 것을 소리로 쏟아 낸다. 생의 마지막을 즐기는 걸까? 최고의 삶을 사는 걸까? 매미는 해변으로 와서 사그러지는 파도가 사라진것 같더니 또 다시 바다 한복판에서 커다란 파도를 일으키며 밀려오듯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물결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