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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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산책 2023. 7. 14. 09:35
장맛비는 사방에 회색빛 수증기를 뿌려놓았다 나는 물안개 자욱한 숲속 길을 걷는다 잠시 언덕을 오르니 바람이 불어 온다 비가 오더라도 물안개 뿜어져 있더라도 바람은 그속에서 위안을 준다 안개속에 서있는 나와 나무들 말없이 물을 흠뻑 들이마신다 나무속에 내 몸속에 물이 흠뻑 젖어 있다 신비한 안개는 나를 둘러싸고 떠나질 않는다 이 안개속에서 삶의 무기를 소중히 케이스에 담아 들고나온 우리들 다들 열심히 살아야죠 다쳐도 다시 일어나야죠 우리는 삶의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음을 느낀다 열심히 살아야죠 죽을때까지 喪을 당해 머리에 리본을 꽂은 지나가던 여인도 이야기한다 열심히 사는게 당연하죠 우린 삶이 있으니까요 우리의 삶처럼 내 바로 앞에 보이는 나무들은 나를 바라보고 나도 나무를 바라볼 수 있으나 멀리 저멀리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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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가는 여인을 보며산책 2023. 7. 10. 09:21
뒤로 딴 긴 머리 휘날리는 머릿결 고운 흰 얼굴 자전거를 타고가는 여인 아름다운 자태에 눈이 따라간다 내가 저 나이라면 상사병에 걸릴거야 젊은 베르테르나 이몽룡이 되어 사랑을 노래했겠지 젊음의 아름다움에 눈돌릴 사이 늙음의 아름다움이 묻혀지나 했더니 18세의 청년 노인 20대의 여인 노인 아직 그 미소가 밝고 아름답네 청춘은 마음속에 있는것 청춘을 만나려면 사람을 만나라 늙을 수록 만나라 이야기하라 재치있는 농담도 좋고 위로도 좋다 젊음을 불어넣어 주는 격려는 더욱 좋다 아름다운 머릿결 흩날리며 자전거를 타고 간 여인 내눈에 다시 떠오를 때 나는 느낌을 끊고 삶을 관조하네 하나의 그림으로만 간직하며 미소짓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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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언덕길산책 2023. 7. 4. 11:51
내가 자주오는 곳 오늘도 그곳에 오니 비가 떨어진다 장맛비가 동굴 앞을 지나 푸르고 연두빛 나는 나무들 앞을지나 나의 까치를 만났던 곳에 오니 비가 더 내린다 새들도 사람들도 비를 피해 어디론가 들어가버린다 새는 이미 들어가 버렸다 집으로 비가 세차게 내린다 나뭇잎이 떨어진다 아무도 없다 나만 홀로 서서 까치가 있던 나무 가지위를 쳐다본다 한 남자가 급히 지나가는데 나는 서있다 조금 위쪽에서 갑자기 고양이소리가 크게 들린다 한 여인이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있다 산 고양이인가 보다 나를 보고,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벌써 저언덕 너머로 올라가고 있다 고양이는 너무 반가운 나머지 큰 소리를 내었다 나는 비를 맞고 서서 장맛비가 주는 시원한 폭포수를 즐기고 있다 장맛비를 맞으며 고양이의 반가운 목소리를 기억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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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멈춘후산책 2023. 6. 30. 11:16
어딜 가나 새소리다 참새 박새 까치 방울새 … 이름 모를 새소리가 더 들린다 오늘 새들이 뒤쪽 소나무에 앉아 있다 녹음이 우거진 숲속에 후덕지근한 장맛비가 잠시 멈춘후 안개처럼 수증기가 산길을 채우고 있다 대지가 뜨거운가 구름이 누르고 있나 옅은 안개속을 걷는 고독한 산행자는 고개를 숙이고 사색하며 걷고있다 무릎이 아픈 여인 허리가 아픈 노인 산비탈에 나뒹구는 지렁이는 나 때문에 아프다 내가 건드려 아프다 구름이 걷히면 좋으려나 바람이 불면 좋으려나 장마의 한가운데 가끔씩 태양이 비치면 그녀의 마음을 읽네 어쩌면 이렇게 나를 위해 일하나? 그녀의 신비함에 놀란다 미풍이 불어온다 새들이 없는 곳에서 새소리를 들어본다 자그마한 새소리는 숲의 조용함을 더욱 느끼게 해준다 노래하는 아기새 나의 손녀 같진 않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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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의 표정산책 2023. 6. 26. 17:46
나무는 자랐네 내 키에 일곱배나 자랐네 나는 늙었네 나는 줄었네 아픔도 오고 병원에도 가고 나무는 태양과 비와 바람만 있어도 행복한데 나는 필요한게 너무 많아 나무에게 비결을 묻지 그렇게 조용히 잘 자라는 비결이 뭐야? 나무는 얘기하네 응, 주어진대로 살고있어 말없이 보여주기만 하는거야 그래 그렇지? 나는 너를 보고 배우고 있어 쉽지는 않지만 말야 나무는 말한다 나도 아플 때가 있어 너와 똑 같이 나이테가 생길때 그땐 아퍼 해충이 올때도 그렇지 그런데 난 견뎌 죽음이 빨리 온다고 해도 난 견디지 주어진대로 살뿐이야 불평없이 말이야 나는 나무의 불평을 들어 본적이 없다 오늘에서야 행복한 나무들의 표정을 알것 같다 태양과 바람 보다도 비를 맞은 나무들의 표정은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